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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Angella의 『베를린 일기』

글쓴이 Lina Ha() 2017년 11월 23일

반복된 일상에 지쳐 몸과 마음에 환기가 필요할 때, 사람들은 흔히 여행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여행을 통해 낯선 곳에서 신선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어떤 이들은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Consulting Team, Angella가 소개할 아홉 번째 책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여행인데요. 작가의 솔직담백한 표현법과 문체가 인상적인, 뻔하지 않은 여행 에세이 ‘베를린 일기’ 입니다.


베를린 일기 표지 사진

  • 베를린 일기 
  • 최민석/ 민음사 
  • 2016.12.05 출간 
  • 496 페이지





'베를린 일기’는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등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 중인 작가 최민석이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며 느꼈던 모든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는 인물들의 이야기, 온갖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이게 진짜야?”라는 의심까지 들게 할 정돈데요.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능청스러운 입담 덕에 독자들은 쉬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독특한 문체의 탄생, ‘최민석 일기체’

최민석 작가가 노트에 쓴 필기‘베를린 일기’는 작가 특유의 재치 넘치는 문체가 돋보입니다. 6~70년대 문인들의 문체를 빌려와 각 일기의 시작과 끝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데, 가령 첫 문장은 “이 글은 ~을 하면서 쓰고 있다.”로 시작해 마지막 문장은 “베를린에서 O 번째 날이었다.”로 끝이 납니다.
또 자신의 심정을 설명할 때는 특정 인물을 소환해 "OOO만이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는 식으로 쓰여 글의 맛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문체 때문에 SNS에 일기를 연재할 당시 ‘최민석 일기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는데요. 뻔하지 않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페이지마다 위트있는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인간에게는 식수와 정치적·종교적 자유,
그리고 와이파이가 절실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이제 인정한다. 내가 인터넷 중독자라는 사실을. (p.13)

참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

11월 28일의 일기가 쓰여진 페이지‘베를린 일기’는 여행 에세이라기엔 평범하다 못해 소박하기까지 합니다. 그 흔한 이국적인 풍경과 맛집 소개도 거의 찾아볼 수 없고요. 오히려 열악한 날씨 탓에 곤혹을 치르거나 열차가 연착되고,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고생하는 등 답답한 환경에 대한 불평과 고독한 감정이 주를 이룹니다. 게다가 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불행한 에피소드는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게 매력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삶에 대한 진솔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 한 학생이 찾아왔다.
별것 아니라면서 내게 뭔가를 건넸는데, 무척 좋아하는 단팥빵이었다.
사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단팥빵을 먹고 싶었다.
비 맞고 걸어와 젖은 양말을 말리면서, 단팥빵을 우걱우걱 씹어 먹으니,
삶이란 참으로 사소한 웃음들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p.345)

우리의 일상은 특별하고 즐겁기보다는 지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을 당시, 가을이라는 계절 탓인지 반복되는 생활에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었는데요. ‘작은 일상들이 모여서 소중하고 특별한 날로 이어진다’는 구절에 덤덤한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책 속의 베를린 풍경 이미지

고독은 현재 진행형일 때는 처참하지만, 과거 완료형일 때는 낭만적일 수 있다.
자발적인 이 일기가 그 낭만의 증거가 되길 바란다.” (p.42)

이 책은 유쾌한 ‘시트콤 드라마’ 같습니다. 웃음 터지는 이야기가 풍성하고 그 속에 감동도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여행기를 찾고 계신다면 최민석 작가의 ‘베를린 일기’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