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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이롭게, 장벽 없는 세상을 꿈꾸다

글쓴이 Michael() 2016년 11월 25일

과자를 주고 받으며 고백하기 바쁜 11월 11일, 이롭게에서는 색다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IT 기술을 통한 사회 환원’이라는 슬로건을 꾸준히 실천해온 이롭게는 11월 문화회식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과 점자 강의’ 세미나를 진행했는데요. 가을이 깊어가는 날, 이롭게가 만난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드릴게요. 


우리 사이의 ‘차이’가 만든 ‘차별’ 

세미나는 수원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더 플러스 사업단’ 김효연 강사님의 장애인식개선 강의로 문을 열었습니다. 장애인에게 실생활 경제를 가르치며 ‘좋은 삶 가꾸미’를 자처하는 김효연 강사님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장애’의 개념과 장애인의 권리, ‘나와 다르다’는 인식이 가져오는 사회적 차별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주셨는데요. 다른 나라에 비해 절반 수준인 ‘장애인구 5%’라는 수치에 가려진 우리 사회 속 소외된 이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장애인식개선 강의를 하고 있는 김효연 강사님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벽을 없애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운동과 남녀노소,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에게 유용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에 대한 설명은 웹사이트 구축 시 ‘웹접근성’을 늘 고민하는 이롭게 사람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선의의 도움이라도 상대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손수 무엇을 해주기보다 그들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죠. 

6개의 점, 사랑의 글자를 배우다 

키보드와 엘리베이터 숫자판에 새겨진 점자 이미지

장애인식 개선 강의 후에는 본격적인 점자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무심코 누른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눈 여겨 볼 일이 거의 없는 음료수캔 상단부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걸 여러분은 알았나요? 올록볼록한 6개의 점으로 구성된 ‘점자’는 잘 눈에 띄지 않아 그 존재를 알아채기 어렵지만, 둘러보면 우리 주변 곳곳에서 꼭 필요한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죠. 

점자일람표와 점자 인쇄 키트 Bologi 구성품들이날 이롭게는 ‘점자인쇄키트 BOLOGI(이하 ‘볼로기’)’로 점자를 배웠습니다. 

6점 구멍이 있는 길다란 틀에 길쭉한 플라스틱 핀을 꽂아 점자를 구성하고 종이를 꾹꾹 눌러 새기는 ‘볼로기’는 장애인식개선에 관심이 높았던 ‘(주)소셜코어’ 유정호 대표님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특허 교구인데요. 찍기(쓰기)와 읽기 방향이 좌우로 반대라 배우기 어려운 점자를 빠르고 손쉽게 익힐 수 있어 비장애인도 점자 속성 학습이 가능하답니다. 


점자로 쓴 이름을 핀으로 구성한 볼로기 키트 모습1번부터 6번으로 불리는 점자의 6점 구성을 배운 뒤 본격적인 점자 실습이 시작됐습니다. 점자는 한글 자음과 모음, 영어, 숫자는 물론 받침과 약자, 문장부호, 접속사 등의 약어 표기가 모두 제 각각이라 초보자들은 헷갈리기 쉬운데요. 특히 영문과 숫자 표기를 할 때마다 앞에 ‘수표’와 ‘영어시작’ 점자를 표기하는 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점자로만 소통하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죠. 덕분에 각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점자로 써보는 내내 여기저기서 ‘틀렸어!’라는 탄식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모두에게 이로운 세상을 향해

점자 표기 연습이 끝난 뒤에는 팀을 나눠 대결을 펼쳤습니다. 5~6명으로 모둠을 이뤄 주어진 문장을 점자로 찍는 미션이었는데요. 각 팀이 뽑은 미션지에는 ‘IT 기술을 통한 사회 환원’, ‘세상에 하나뿐인, 사회에 필요한 회사’, ’동료들과 꿈을 공유하기 위해서’ 등 이롭게의 정신을 담은 문장들이 적혀 있었답니다. 강사님의 센스, 대단하죠? 

점자 대결을 위해 뽑은 각 팀의 미션지어느 팀이 가장 빨리, 정확하게 점자를 완성할까! 미션이 시작되자 각 팀은 점자 번역, 볼로기 핀 꽂기, 종이에 점자 인쇄하기(찍기) 등으로 역할을 나눠 재빠르게 수행 했는데요. 자음과 받침이 헷갈려서, 영어 시작 표기를 빼먹어서 문장을 완성하고도 탈락하는 팀이 줄줄이 나왔답니다. 마음이 급하니 손이 말을 듣지 않아 볼로기 핀을 쏟는 사람도 많았죠. 결국 막판 뒤집기로 1등을 한 팀이 나오자 얼마나 허탈하고 아쉽던지요! 

이롭게 직원이 직접 쓴 점자가 인쇄된 흰 종이


“접하기 어려운 점자를 배울 수 있어 색다르고 유익한 세미나였어요!”

“배울수록 재미있는 점자, 기회가 되면 점자 동화책 만들기도 해보고 싶어요.”



왼쪽부터 김효연 강사 유정호 대표 김은주 강사님즐거웠던 점자 실습이 끝나자 이롭게 사람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강의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신 유정호 대표님과 김효연, 김은주 강사님 역시 강의가 끝난 후 이심전심의 후기를 보내오셨답니다. 

“이렇게 밝고 적극적인 분들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저희도 이롭게와 함께 한 시간, 정말 뿌듯하고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주변의 장애인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다음에 꼭 더 좋은 기회로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세미나가 끝난 뒤 무심코 지나쳤던 길 위의 점자 블록이, 음료수 캔 위의 볼록한 점들이 참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이롭게 모든 이가 그렇겠죠. 세상을 바꾸는 힘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 차이를 차별하지 않는 마음,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세상의 벽도 천천히, 조금씩 허물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