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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를 표현하는 아바타, 이모티콘의 모든 것

글쓴이 Lina Ha() 2018년 02월 27일

국내 스마트폰 메신저 점유율 1위 기업인 카카오에 따르면 메신저 서비스 이용자 2명 중 1명이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매달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 수만 해도 20억 건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에게 텍스트 이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모티콘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통의 보조 수단에서 감정 전달의 핵심 수단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 이모지매년 그해를 대표하는 단어를 발표해 온 옥스퍼드 영문 사전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Face with Tears of Joy)’의 의미를 지닌 이모지(Emoji)와 이모티콘(Emoticon)을 ‘2015년 올해의 어휘’로 지정, 정식 영어단어로 등재시켰습니다. 글자가 아닌 그림이 선정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모지와 이모티콘은 더 이상 10대의 전유물이 아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수단으로 공식화되었습니다.
엄격히 구분하면 이모지와 이모티콘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른데요. 이모지는 *유니코드 체계를 이용해 만든 그림 문자로, 일본어에서 그림을 뜻하는 한자 ‘絵’와 문자를 뜻하는 한자 ‘文字’가 합쳐진 신조어입니다. 본래 발음은 ‘에모지’,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이모지(Emoji)가 됩니다.

*유니코드(Unicode): 컴퓨터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통일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게 제안된 국제적인 문자 코드 규약으로, 문자마다 고유한 코드 값을 제공한다.

이모지는 1979년 미국에서 초기 형태로 등장한 이후, 1982년 미국의 컴퓨터 공학자 스콧 팔만(Scott E. Fahlman)이 사이버 환경에서 감정 상태를 구분하기 위해 ;-)와 :-( 의 기호를 제안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99년 일본 통신사 NTT 토코모의 개발자 시게타카 구리타(Shigetaka Kurita)가 수직형으로 개선한 178개의 그림 문자인 이모지를 개발하게 되죠. 이 이모지는 우리에게도 친숙한데요. 즐거움을 뜻하는 (*_*)와 (^.^), 윙크를 표현한 (^_-), 혼란과 곤혹, 곤란함을 표현한 (@_@), (-_-;) 등이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일본 휴대폰 전용 문자였기 때문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지만, 애플과 구글 등이 이모지를 지원하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됩니다.

시게타카 쿠리타가 개발한 최초의 수직형 이모지

여기서, 이모지와 이모티콘이 헷갈릴 수 있는데요.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Emotion)과 아이콘(Icon)의 합성어인 ‘감정 아이콘(Emotional Icon)’을 줄여 만든 신조어로,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더 많이 쓰입니다. 이모지와 같은 뜻으로 봐도 무방하기에 지금부터는 ‘이모티콘’으로 통칭해 쓰겠습니다.

90년대 휴대폰 등장 이후, 음성 통화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통화가 곤란한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문자 메시지가 주요 소통 수단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덕분에 글로 전달하기 힘든 감정들을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도 금세 보편화되죠.  

특수 문자를 이용해 만든 그림 형태의 이모티콘

처음에는 단순한 감정 표현 정도만 가능했던 이모티콘은 특수 문자와의 조합으로 더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짧은 글과 함께 보내는 그림 형태의 이모티콘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기념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유용하게 사용됐습니다. 실제 크리스마스, 명절을 앞두고 단체 문자가 폭주해 통신사 서버가 마비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날 정도였죠. 이렇듯 단순한 그림 문자로 소통의 보조 역할을 해오던 이모티콘은 기기의 발전과 함께 소통의 핵심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성별·직업 평등에서 각종 캐릭터까지, 이모티콘의 다양화

2000년대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스마트폰은 이모티콘 시장에 큰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스마트폰에 삽입된 메신저 앱과 SNS의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무수한 이모티콘이 창작·소비되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메시지 전송과 소셜 미디어 포스트 등에 주저 없이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잡지·출판사 애드윅(AdWeeK)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이용 인구의 92%가 이미 각종 형태의 이모티콘을 문자메시지, 이메일, SNS 포스팅에 활용하고 있으며, 성별에 따른 이모티콘 사용빈도는 여성이 78%로 남성의 60%보다 높다고 전했습니다.

추가된 구글 이모티콘

이제 이모티콘은 단순히 감정만을 담는 것이 아닌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 사상 등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2016년 7월, 구글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모티콘 컨소시엄에 제안한 여성형이 추가된 13개의 이모티콘 중 11개가 국제 표준으로 등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치우쳐진 성별 직업관을 변화시키고자 한 구글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인데요. 이제까지는 대부분의 직업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의 기본값이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었고, 여성형 이모티콘은 미용사, 공주, 신부 등에 불과했습니다. 

구글의 제안으로 새롭게 추가된 11개 이모티콘은 농부, 공장직원, 기술자, 의사, 과학자, 코더, 회사원, 셰프, 학생, 교사, 록스타 등으로 성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헤어스타일로 삼았고, 직업별 이해를 위해 특징을 살린 복장과 도구, 제스처 등을 사용했습니다. 기존 이모티콘도 달라졌습니다. 33개의 이모티콘 모두 성별 선택이 가능하고, 여성 달리기 선수와 남성 헤어디자이너가 추가됐습니다.

추가된 애플 이모티콘

애플의 이모티콘도 더 다양해졌습니다. 지난해 ‘세계 이모티콘의 날(World Emoji Day)’을 맞아 애플은 iOS, 맥OS 및 와치OS에 도입할 새로운 이모티콘 중 일부를 미리 공개했는데요. 추가된 이모티콘은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여성, 수염 난 사람, 모유를 수유하는 여성 등과 샌드위치, 코코넛 등의 음식 아이템 그리고 티라노사우루스, 얼룩말, 좀비, 엘프까지 다양한 동물 및 신화 속 피조물 등으로 바로 위 이미지와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이죠. 애플은 얼굴 인식에 쓰이는 TrueDepth 기술이 적용된 전면 카메라와 함께 Face ID 인증 방식을 겸비한 아이폰 X를 출시했는데요. 이 기술은 눈은 물론 얼굴 자체를 개인 인식 식별체로 사용해 분석합니다. 바로 이점을 이용해 탄생한 ‘애니 이모티콘’은 아이폰 X의 전면 카메라로 표정을 실시간 모션 캡처해 이모티콘에 그대로 재현되는 앱으로, 정해진 표정만 전달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이모티콘의 한계를 뛰어넘었습니다.

애니 이모티콘 홍보 영상 이미지

국내 이모티콘 시장은 더 커졌습니다. 이모티콘 강국답게 다채로운 아이템을 자랑하는데요. 단순한 기호를 넘어 우리말 소리와 한글에 맞게 재창조된 이모티콘은 물론 카카오, 라인 등에서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이모티콘도 이미 대중화됐습니다. 라인은 모바일 메신저 중 최초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앞세운 이모티콘을 출시해 캐릭터 산업에 강한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카카오톡, 마이피플, 비트윈 등의 메신저들도 덩달아 캐릭터 이모티콘을 앞세워 경쟁 대열에 합류했는데요. 이중 후발주자지만,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이제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죠.

위 라인 프렌즈 캐릭터 아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라인과 카카오는 직접 제작한 캐릭터 외, 누구나 제약 없이 이모티콘을 제안하고 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 주었습니다. 라인은 2014년 ‘LINE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오픈한 이후 최근까지 약 156개 국가에서 39만 명이 라인 크리에이터로 등록해 약 10만여 종의 이모티콘이 판매되고 있고요. 카카오는 지난해 4월 오픈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유명 기성작가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제한 없이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하고, 정식 발매할 수 있게 했습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원래 메신저용으로 제작됐지만, 최근에는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TV, 카카오페이지, 뉴스, 카페 댓글은 물론 음악 플랫폼인 멜론에서도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게 됐습니다.

글로벌 트렌드가 된 이모티콘의 미래

스마트폰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이모티콘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TV 광고는 물론 디지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캠페인, 신사업 소재까지. 각국의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이모티콘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펩시는 2016년 이모티콘을 활용한 ‘펩시로 말해요(Say It With Pepsi)’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 어필을 했는데요. 자체 제작한 다양한 이모티콘을 펩시 콜라병과 캔에 새겨 넣는가 하면, 패션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펩시 이모티콘을 모티브로 한 선글라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모티콘을 테마로 한 100여 개의 5초짜리 TV 광고와 디지털 비디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미국 도미노 피자 역시 고객이 주문 번호로 피자 모양의 이모티콘을 보내거나 #Easyorder를 트윗하면 ‘피자 프로 파일’ 내, ‘이지 오더(Easy Order)’로 미리 저장해둔 피자를 바로 주문할 수 있는 마케팅을 펼쳐 2015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티타늄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모티콘을 활용한 펩시의 캠페인

IT기술과 이모티콘의 결합으로 새로운 기기가 탄생하기도 했는데요. 2016년 한 해 동안 버거킹, 도브, 로레알, 이케아 등 250여 개의 브랜드가 이모티콘을 브랜드화한 키보드를 선보인 데 이어, 국내에서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노트8 모델에 사용자가 직접 이모티콘을 창작할 수 있는 S펜과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탑재해 주목받았습니다. 

이모티콘 개발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스위프트 미디어는 ‘나만의 이모티콘 만들기’ 캠페인으로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의 광고 효과를 높이는 이모티콘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얼굴인식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폴리그램(Polyglam) 사는 사용자의 세심한 표정 변화와 눈동자 움직임 등을 실시간 추적해 이모티콘을 만들어주는 앱을 개발 중에 있는데요. 이 앱은 이모티콘 제작 외에도 환자의 얼굴을 보고 진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 의학계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여름, 다양한 이모티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이모티: 더 무비(The Emoji Movie)’가 개봉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적어도 이모티콘이 현대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나의 아이템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실패와 한계를 경험합니다. 이모티콘도 한때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글자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디지털 시대 문화 콘텐츠의 중심에 서게 되었죠. 물론 인간의 내면을 분석하기에 아직은 부족한 기술력과 일시적인 유행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끊이지 않는 한 이모티콘은 계속해서 진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