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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브랜드 전시 리뷰: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

글쓴이 Michael() 2017년 08월 08일

플로리다 대학의 광고학 교수인 제임스 트위첼은 "현대 사회에서 브랜딩(Branding)이란 제품이나 서비스에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입히는 것이며,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문화적 가치와 신념의 시장으로 브랜딩 대상이 확대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브랜딩을 통해 제품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만들 뿐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 그 가치까지 정의한다는 뜻이겠죠. 특히 ‘명품’이라 불리는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 과정은 브랜딩의 역할과 영향력을 살피기에 더없이 좋은 사례입니다. 

때마침 명품 패션 브랜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전시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루이 비통(Volez, Voguez, Voyagez- Louis Vuitton)’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의 유구한 역사는 물론, 지향하는 가치와 미래의 가능성까지 브랜드의 모든 것을 다양한 제품과 최신기술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대형 전시인데요. 두 번에 걸쳐 감상한 이 전시의 후기를 정리해봤습니다. 


Since 1854, 브랜드 역사의 집대성

전시장에 입장하면 한 폭의 초상화와 만납니다. 바로 루이 비통 메종(Maison, 브랜드 홈)의 창업자인 루이 비통입니다. 그는 파리에서 맞춤 제작 상자와 트렁크 제작 기술을 연마한 뒤 1854년 메종을 설립, 수제 여행가방을 통해 ‘루이 비통’이라는 이름을 고급 브랜드로 널리 알렸습니다. 특히 거친 운반 과정에도 파손이 적은 캔버스 천을 사용하거나, 한눈에 트렁크를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모노그램 패턴은 루이 비통의 트레이드 마크로 다른 제품과의 차별점이 되었죠. 

좌 설립자 루이 비통의 초상화 우 루이 비통의 클래식 트렁크

전시는 설립 초기부터 시그니처가 된 여러 종류의 클래식 트렁크를 선보임으로써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제품의 견고함을 어필합니다. 너른 전시장을 채우며 장관을 이루는 수십 여 개의 트렁크는 주인의 직업, 여행의 목적 등에 따라 그 모양과 크기, 구성이 제각각이라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한 유니크한 모양의 잠금 장치, 술 장식, 캔버스 패턴과 같은 디테일의 변화는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며 발전해온 브랜드의 창의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여행’의 동반자, 루이 비통

전시는 사막과 해상, 육로, 항공, 철도를 아우르는 ‘여행의 발명’ 섹션으로 접어듭니다. 이 거대한 섹션에서는 인류가 언제, 무엇을 타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했는지 보여줍니다. 끝없는 모래 언덕, 화려한 요트, 근대의 기차 칸, 거대한 비행기를 전시장 안에 그대로 재현하여 각 시대 사람들의 여행 트렌드에 따라 루이 비통이 제작한 트렁크와 가방, 의상과 소품의 변화 또한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좌 전시관 벽에 설치된 비행기 모형 우 전시장에 설치된 요트 세트

이후 전시는 루이 비통이 어떻게 모노그램 캔버스 디자인을 개선시켜 왔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패션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혔는지, 누구와 무엇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한국의 전통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여러 제품을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젊은 작가들과의 과감한 콜라보레이션으로 완성한 근작들과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 수납을 위해 특별 제작된 트렁크가 전시된 ‘예술적 영감의 나라, 한국’ 섹션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기술과 경험으로 완성하는 브랜딩 

이번 루이 비통의 전시는 무료임에도 거대한 규모와 공들인 구성으로 일반인의 브랜드 스킨십을 늘림으로써 효과적인 홍보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 전시장에서 플래시 작동을 제외한 촬영이 자유로워 곳곳에서 셀카나 인증샷을 찍고 SNS를 작성하는 관람객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좌 입구에 쓰여진 VR 안내 우 전시관 벽면과 전시 앱의 설명글

무엇보다 설립된 지 160년이 넘은 브랜드의 역사를 집대성한 전시로서 현대 기술을 적극 접목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할 경우 지체 없이 입장이 가능하고, 오디오 가이드 역시 스마트폰 App을 다운받으면 별도로 대여가 필요 없습니다. 

위치기반과 VR을 활용한 루이비통 전시 앱전시 감상 전반에도 위치기반 서비스와 증강현실, 인터랙티브 기술을 적극 활용했는데요. 전시장 입구에서는 입장하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전면 전광판 속 비행기의 항해 경로가 바뀌고, 전시장 내 곳곳에서는 나의 위치에 맞춰 App에서 새로운 해설과 메뉴가 제시됩니다. ‘나무’ 섹션에서는 루이 비통의 아니에르 공방 내부를 360도 영상으로 볼 수 있고, ‘머나먼 곳으로의 탐험’ 섹션에서는 사막을 질주하는 사륜구동 자동차의 경로와 제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기차’ 섹션에서는 입김을 불어 호텔 라벨로 트렁크 꾸미며 ‘여행’이라는 전시 테마를 몸소 체험할 수 있죠.

전시장에서 수작업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루이 비통의 장인

전시장 말미에는 루이 비통의 작업장을 재현하여 소속 장인들의 실제 트렁크 제작 과정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데요. 여러 대의 카메라와 통역사를 배치해 장인의 설명과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자임에도 칼질 한 번, 바느질 한 땀에 온 정성을 쏟는 장인의 모습은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견고한 제품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실감케 합니다. 


전시관과 이어진 기념품 샵에서는 가방이나 옷이 아닌, 루이 비통에서 출판한 여행 관련 도서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는데요. 세계 곳곳의 사진을 담은 책장을 넘기며 마치 길고 유쾌한 여행을 다녀온 듯한 전시의 여운을 더욱 오래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보기 이전에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명품’이나 ‘패션’에 국한되었다면, 이후에는 ‘모험’, ‘여행’, ‘진화’라는 키워드가 뇌리에 깊이 박혔습니다. 기나긴 역사를 현대적 기술과 결합시켜 ‘좋은 브랜드 전시의 예’로 오랫동안 회자될 루이 비통의 전시는 8월 27일까지 DDP 알림 1관에서 진행됩니다. 루이 비통과 브랜딩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경험’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