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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BMW 코리아 넥스트 그린 토크 콘서트 후기

글쓴이 Michael() 2017년 10월 17일

최근 몇 년간 유명 자동차 브랜드 다수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배기가스 배출량, 연비 조작 등 연달아 터진 이슈들은 단순히 소비자를 속였다는 사실뿐 아니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죠. BMW는 이러한 위기를 환경에 대한 브랜딩 강화로 극복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BMW 코리아는 이미 2011년 ‘BMW 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해 친환경 리더십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애써왔는데요. 2016년부터는 ‘Next Green Talk Concert’를 새롭게 개최하며 환경 문제에 대한 강연으로 일반인들과의 브랜드 스킨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올해 토크 콘서트는 ‘나, 너, 우리, 그리고 지구’라는 주제 아래 3회에 걸쳐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각 분야 명사의 강연을 진행했는데요. 그 중 신영준 박사, 진중권 교수, 송길영 부사장, 임경선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2, 3차 토크 콘서트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공간부터 게스트까지, 키워드는 ‘친환경’ 

작년에 이틀 동안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던 BMW 코리아 미래재단의 ‘Next Green Talk Concert’가 올해는 서울로7017 윤슬에서 3일간 열렸습니다. 서울로7017이 끝나는 즈음 만리동 광장에 설치된 ‘윤슬’은 공연장인 동시에 지면 아래에 설치되어 작품 안으로 들어가 공간을 경험하는 미술작품인데요. 폭 25m, 높이 4m의 공간은 빛을 내부에 투영시켜 작품의 이름인 ‘윤슬’의 뜻-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처럼 밤이 깊을수록 빛이 일렁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천장이 열린 구조로 외부의 소음과 공기,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까지 모두 느낄 수 있어 안과 밖의 구분이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서울로7017 윤슬 야경

3회에 걸친 강연은 모두 싱어송라이팅 포크 듀오인 ‘옥상달빛’의 공연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수고했어 오늘도’ 등 히트곡 외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기부곡 ‘빨주노초파남보’와 멘트를 통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간과 공연까지 ‘환경’이라는 행사의 화두를 위해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여 강연에 대한 기대감 또한 더욱 높아졌습니다. 

옥상달빛의 공연 모습

We are all connected. 나, 너, 우리, 그리고 지구 

강연은 9월 매주 1회씩, 3주 동안 이어졌는데요. 2주차에는 신영준 공학박사와 진중권 교수가, 3주차에는 송영길 다음소프트 부사장과 임경선 작가가 차례로 강연을 했습니다. 

신영준 박사- Beyond WWW

신영준 박사의 강연 모습'완벽한 공부법'의 저자로 유명한 신영준 박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세 가지 문제를 월드 와이드 웹의 명칭을 차용해 'WWW'라고 이름 붙여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 W는 여성(Woman)인데요. 남녀 임금 격차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여성 리더의 출현을 불가능하게 만들죠. 강연은 세계적으로 기업에 여성 임원이 많을수록 매출액이 높아진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상생을 위한 사회와 기업의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W는 빈곤(Want)의 문제입니다. 신영준 박사는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책에 나온 ‘플레이 펌프’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며 무조건적인 원조와 기부가 아닌, 제대로 돕고자 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세계수입분포도와 최빈국의 하루 기초생활비 2천 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며 삶의 만족도가 얼마나 상대적인 것인가에 대해 되묻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W는 기후변화(Weather) 입니다. 기후문제를 가리켜 신영준 박사는 ‘블랙 엘리펀트(Black Elephant)’라고 칭했는데요. 이는 흔치 않은 큰 사건을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 방치된 문제를 의미하는 ‘방안의 코끼리’를 결합한 개념으로, ‘매우 중대하지만 방치되고 있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즉, 기후 문제가 심각함을 알면서도 누구도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거죠. 나와 다음 세대의 안녕을 위해 환경에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진중권 교수- 동물의 권리에 대하여 

미학과 정치에 대한 평론가로 유명한 진중권 교수가 이날만큼은 ‘루비 아빠’이자 ‘고양이 집사’의 관점에서 동물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인권처럼 동물의 권리, 즉 동물권 역시 개선을 거듭해왔는데요. 이에 대한 시대에 따른 여러 철학자들의 관점을 설명했습니다. 

진중권 교수의 강연 모습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철학자 몽테뉴는 ‘허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의 집사였는데요. 그는 대표 저서 '수상록'에서 고양이와의 일화를 밝히며 동물에게 영혼이 있음을 확신했죠. 이후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동물의 언어, 영혼, 정신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요. ‘기계론적 자연론’과 같이 인간 중심의 생각(휴머니즘)을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근대에 이르러서야 벤담과 볼테르, 니체 등이 인간과 동물을 동등한 존재라고 주장하게 되었으나 이 또한 사람의 시각에서 객체를 바라보는 방식이었죠. 

현대에 접어들어 데리다는 동물을 하나의 ‘주체’로 여겼으며, 들뢰즈는 동물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에 이릅니다. 진중권 교수는 이와 같은 철학의 변천사를 되짚으며 인간의 곁을 지켜온 동물의 위상 변화를 설명하고 인간보다 우수한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유명한 고양이 아빠인 만큼 특히 고양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져 더욱 유쾌한 강연이었습니다. 

송길영 부사장-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송길영 부사장의 강연 모습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명성에 걸맞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다양한 소셜 매체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현재 우리 사회가 관심 있는 것들을 풀어내고, 그 중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인식의 변화를 설명했는데요.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여행’이 ‘관광’을 압도하는 키워드가 되었으며, 그 안에서 감성적이고 가성비를 중요시하면서도 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짚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 속에 더욱 중요해진 ‘브랜딩’에 대해서도 통찰력 있는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고유한 Look & Feel을 바탕으로 긴 시간 동안 일관성 있게 브랜드의 특별함을 주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임경선 작가- 지속가능한 삶에 대하여

임경선 작가의 강연 모습‘태도에 대하여’, ‘자유로울 것’ 등의 저서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임경선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지속하는 힘에 대해 편안한 분위기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여러 나라를 떠돌며 자란 임경선 작가는 한국에서도, 외국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소외된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느껴왔다고 합니다. 낯선 외모, 서툰 언어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기도 일쑤라 어린 시절부터 도서관에 처박혀 책을 탐독했던 게 지금 작가로서의 자양분이 됐다고 합니다. 

또한 성인이 된 후는 갑상선암 발병과 5번의 재발, 수술로 인해 체력과 정신력이 급격히 소진됐다고 하는데요. 사회인으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으나, 인정받는 자리에 오른 순간 네 번째 재발로 직장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계기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써낼 결심을 하고, 작가에 도전하게 된 것이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았죠. 

임경선 작가는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내 보이며 그럼에도 삶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름을 인정하는 ‘건강한 개인주의’와 언제나 유한한 생을 인식하는 ‘가치 있는 것에 대한 철학'을 들었습니다. 더불어 투병 중 어렵게 얻은 딸에 대한 애정을 표하며, 엄마로서 맞이한 새로운 삶의 경이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2주에 걸쳐 총 4번의 강연을 들으며, 작게는 나 자신의 삶으로부터 크게는 지구와 환경에 이르기까지 매우 깊고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관중들의 진지한 태도만큼이나, 강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 홍보를 최소한으로 자제하며 행사를 진행한 BMW코리아 미래재단의 노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환경과 미래라는 중요하고도 오랜 화두를 함께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가 내년에도 더 나은 모습으로 계속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