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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은 IT기업들의 행보

글쓴이 Lina Ha() 2018년 03월 19일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기기들을 만들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 증가와 함께 환경에 미치는 폐해 역시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자기기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80%가 생산단계에 발생된다고 합니다. 또 지난해에 전자 폐기물량은 총 6,500미터톤으로, 이는 홍콩 전체를 덮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입니다. 더는 자연의 희생을 요구할 수 없을 만큼 지구 오염은 심각해졌고, 뒤늦게나마 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 왜 필요한가

좌 풍력 발전기의 모습 우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첨단에너지경제 (Advanced Energy Economy, AEE)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미국 *포춘(Fortune)이 선정한 100대 기업 중 71개, 500대 기업의 43%가 이미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한 지속 가능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IT기업들입니다. 미국의 경우 2015년에만 3.4GW* 규모의 재생 가능 에너지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이 중 3분의 2가 IT기업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선언을 한 IT기업에는 국내 기업인 네이버를 포함해 총 6곳이 있는데요. 이들 기업이 재생 가능 에너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춘(Fortune) 100대 기업: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발표하는 매출액 순위 세계 최대기업 100개. 최대 500개 기업까지 발표한다.
*GW(기가와트): W(와트)는 태양전지의 생산•판매량을 표시하는 단위로, 크기나 무게가 아닌 시간당 생산하는 전기량을 태양전지 생산•판매량의 기준으로 사용한다. 1GW는 태양 빛을 1시간 받으면 1GW의 전력을 생산하는 분량의 태양전지를 말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란 태양과 식물, 해조류 등 고갈되지 않는 원료를 사용해 재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 연료는 머지않아 고갈될 뿐만 아니라,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서 지구는 이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전자기기를 만드는 제조 공장은 여전히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뿜어내는 화석연료 전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또 첨단기기 생산을 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화학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원료가 쓰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제조사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팔아 이윤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인데요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일부 기능과 디자인만 바꿔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사용자들의 기기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있습니다또 첨단기기 생산을 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화학물질과 인체에 유해한 원료가 쓰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제조사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팔아 이윤 올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인데요.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일부 기능과 디자인만 바꿔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오래 쓸 수 없도록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사용자들의 기기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유한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채굴 과정에서 오는 막대한 온실가스로 지구는 회복할 수 없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첨단 기기를 평가할 때 재생 가능 에너지와 재활용 원료를 얼마나 썼는지, 오래 쓸 수 있는 제품 디자인을 채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는데요. 제조사들 또한 이러한 여론에 밀려 제조 환경에 대해 더욱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기업 경쟁력의 지표가 된 ‘국제 이니셔티브 대응’

미국 뉴욕시는 2014년, 기업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캠페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선언합니다. 이후 2018년인 현재까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이케아 등 전 세계 128개 기업이 동참했는데요. RE100은 기업별 목표 시점까지 전 사업장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하겠다는 기업들의 약속으로, 현재 RE100 기업이 사용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양은 뉴욕시 전체를 밝히고도 남을 만큼 늘어났습니다.

RE100 캠페인 소개 화면

RE100 외,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 CDP)다우존스지속가능성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DJSI) 등과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Initiative) 대응은 이제 국제신용평가사 및 투자자들이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기업의 재생 가능 에너지 조달에 관한 높은 기준을 수립해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점수를 매기고 있으며, 선도 기업 간 모범 사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인텔리전스 유닛(Economist Intelligence Unit)은 ‘기후변화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다음 세기까지 약 4조 2천억 달러를 잃을 수 있다’고 예측했고, 스탠포드 대학과 UC버클리 연구진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작동해온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23% 감소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갖추고 관련한 캠페인에 동참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대책 또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판단,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는지를 알리고, 아직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을 독려함으로써 긍정적 혁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한계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생각도 변했습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콘 커뮤니케이션(Cone Communications)의 조사에 따르면 92% 이상의 고객들은 기업이 사회,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중 88%는 그 일에 앞장서며 노력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두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몇몇 기업들은 자사 사업장뿐 아니라 부품 공급업체들에까지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 탈퇴를 선언했는데요. 세계적 기업의 CEO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핵심 비즈니스 기회를 잃는 것이다.”라며 그의 행동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성장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산업 경쟁력 전체에 도움이 될 거라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연도별 100 재생 가능 에너지 약속 기업들

2011년을 시작으로 페이스북,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대중의 요구에 따라 전력소모량이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애플은 2012년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을 약속한 이래, 현재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하고 있고, 미국, 중국 등을 포함한 24개의 사업장 또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 100%에 미치지 못한 일본, 중국 등의 애플 납품 업체 8곳은 2018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제품과 생산공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겠다는 목표도 이미 달성했습니다.

구글도 2017년부터 자사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원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2012년 34%에 불과했던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률은 2016년 50%로 성장했고, 지난해 100%를 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20개 이상의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와 계약을 맺고, 여러 지역의 재생 가능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데요. 미국 오클라호마의 한 풍력발전소는 구글이 유일한 고객으로, 여기서 생산되는 모든 재생 가능 에너지는 모두 구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구글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구매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페이스북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린피스가 2011년 페이스북의 석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석탄과 친구 끊기 캠페인(Unfriend Coal campaign)’을 시작했을 때, 100만 명에 가까운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했고, 장기 계획에 따라 100%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최초의 IT 기업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페어폰, 델, HP 등이 자원 소비 절감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하는 디자인을 포기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반면 몇몇 기업은 아직까지 더 빠른 기기 교체를 유도하는 사업모델을 유지하고 있어 사용자들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애플은 100%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의 선두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원 소비 절감 부분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니 등은 2010년에 약속한 제조공정 내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부분을 지키지 않고 있고 중국의 화웨이, 미국 아마존 또한 협력사의 탄소 배출량을 아직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내 IT기업들의 2017 친환경 성적

국내 IT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1, 2위를 다투는 삼성의 경우,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은 물론 환경을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 대응에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와 관련한 중장기 목표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에서 실시한 2017년 국내 IT기업의 친환경 성적표 결과를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C등급, 삼성 SDS는 D등급, KT와 LGU+ 등 나머지 국내 IT기업 모두 F등급에 그쳤습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2015년부터 100% 사용을 약속했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은 2%대에 머물러 있고 삼성 SDS 역시 글로벌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 인플루언스맵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조사 대상 250개 기업 중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15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기업은 35개, 나머지는 입장을 정하지 않은 기업들이었습니다. 몇몇 기업들이 모범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시대에 이를 외면하는 것은 곧 시장에서의 도태를 의미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등 국제 환경 기구들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1.5~2℃로 제한하지 않으면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국가로 재생 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것입니다. 더는 환경을 외면하는 기업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