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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이롭게가 파견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

글쓴이 iropke() 2022년 02월 17일

우리는 클라이언트들과 입사지원자들로부터 “이롭게는 정말 파견 업무를 진행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이롭게 대표님이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롭게가 파견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롭게 대표님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보겠습니다.

파견 업무란 무엇인가요?

파견 업무는 프로젝트 기간동안 클라이언트가 요청한 업무 공간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업무 형태를 의미합니다. 대개는 클라이언트의 사무실 또는 TF룸에서 파견 근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클라이언트가 파견 업무를 요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통상적으로는 보안 문제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유로 파견 업무를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보안 관점에서는 서버와 DB에 접근하기 위해서 내부망에서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고, 모든 문서가 DRM 처리가 되는 경우 매번 문서에 대한 보안해제를 하는 것이 번거로우니 파견을 해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기타 다른 경우로는, 매번 회의 일정을 어레인지하는 것이 번거로우므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달라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러면 파견 업무는 장점이 많은 것 아닌가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은 파견 업무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실제 파견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매우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고,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이유들은 파견 업무를 요청할 수 있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클라이언트들이 파견 업무를 요청하는 진짜 이유는 에이전시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클라이언트가 에이전시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웹에이전시를 창업하기 전에 공공기관, 공기업, 사기업, 에이전시 등 다양한 유형의 회사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의 이러한 정서를 이해할 수 있는데요. 파견 업무는 20여년 전부터, 금융권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많은 웹에이전시들이 ‘인력 장사’를 하면서 발주사를 기만하는 경우가 빈번했죠. 정확히는, 제안서와 견적서에 명시한 인력을 충실히 투입하지 않아서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에이전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많은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견 업무를 요청하는 클라이언트가 너무 보수적이거나 문제가 있다고 일방적인 시각에서 단정짓기 힘든 부분이 존재합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에이전시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서 웹/앱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온디맨드 방식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성품들처럼 상품의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에이전시마다 제시하는 구축 견적도 다릅니다. 그리고 업무 수행 능력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비용이 높은데 비하여, 프로젝트의 말미에서야 에이전시가 납품하는 서비스의 퀄리티에 대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건축 프로젝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비유하자면, 대행사의 화려한 레퍼런스에 반하여 계약을 진행하고, 컨셉이나 실시 설계도 마음에 들었는데 준공 후 확인해보니 너무 문제가 많지만 건물을 다시 허물기에 투자된 비용이 너무 많은거죠.

그렇게 클라이언트 입장이 잘 이해가 되시면, 그냥 이롭게도 파견을 하면 안 되나요? 😅

(웃음) 이롭게가 아예 파견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파견 후 좋은 기억이 한 번도 없었어요. 특히 파견 이후 퇴사자가 많아지거나, 파견 업무를 진행했던 직원들이 우울해하는 것을 보면서… 파견 프로젝트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고, 그냥 저는 ‘이롭게는 더 이상 파견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다’는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어요.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그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풀자면, 한달 넘게 밤을 새면서 이야기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과거의 일들 때문에 현재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너무나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말로 대답을 대신할께요. 어떤 일이 ‘제대로 잘못될 때’는, 복합적인 문제가 동시에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러면 앞으로 파견 업무는 더 이상 없나요?

네, 파견 프로젝트는 더 이상 수주하거나 계약하지 않을 겁니다. 이롭게는 이미 2019년 이후로 더 이상 파견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100억 짜리 프로젝트가 들어와도 안하실 건가요?

네, 안합니다.

대표님, 너무 야심이 없으십니다. 그러면 우리 회사는 언제 사옥을 짓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런데 사옥을 짓는 것은 저의 꿈이지 직원들의 꿈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는 좋은 사옥의 꼭대기에 앉아서, 우울한 표정으로 퇴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일하고 싶지 않아요. 뭐 얼마나 오래 산다고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요.

그러면 직원들을 위해서 수익을 포기하신 거예요?

저는 그런 식으로 포장되길 바라지는 않고요.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괴로웠던 것도 물론 있지만, 저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스타일이잖아요. ‘직원들과 함께 힘들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저는 아직도 회사 초창기에 했던 첫 파견을 못 잊어요.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직원에게 조심스럽게 파견 업무를 요청했는데, 직원이 파견나간 현장을 나가서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울었어요. 아, 다시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네.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나셨는데요?

그 때… 파견 장소가 클라이언트들이 이용하는 사무실이 아니라, 옆 건물의 지하 2층에 프로젝트 룸이 있었는데요. 온갖 프로젝트의 파견 인력들이 닭장 같은 공간에 가득 앉아서 일을 하는데, 너무 작은 책상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부서진 의자에 우리 직원이 앉아 있는 거예요. 아, 그 공간의 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갑자기 울컥하니까 직원이 당황했고, 제가 나가서 바람 좀 쐬자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직원이요, 잠깐 자리를 비우면 의자가 사라진다고, 웃으면서 저 보고 빨리 가래요. 그 때 느꼈던 복합적인 심정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해요. 그 때, 저는 그 다음주에 위약금을 내고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했어요.

그 직원은 아직까지 회사에 있나요?

네, Judith 본부장님이예요. 전에 몇 번 그때의 일을 이야기했었는데, 그냥 크게 웃으시더라고요.

아직도 클라이언트가 파견 업무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나요?

아직도 전체 의뢰 중에서 30-40% 정도는 파견 업무를 전제로 프로젝트 문의가 진행됩니다. 파견 업무로만 IT 프로젝트를 발주하셨던 클라이언트들은 해당 조건이 ‘당연히 기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RFP에도 근무 조건이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면 근무 조건부터 확인합니다.

파견 업무를 하지 않으면, 이롭게는 주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나요?

지난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저는 이제 제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었어요. 단가가 높거나 업계에서 흔히 좋은 레퍼런스라고 언급되는 프로젝트들이 있거든요. 전에는 그런 프로젝트들을 수주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런 프로젝트들이 좋은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가급적 우리 회사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클라이언트를 선택하는 편이예요. 일방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 와라, 너희들은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라고 오더를 내리는 클라이언트들과는 핏이 안 맞더라고요. 이롭게 직원들은 모든 파트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데, 그걸 모든 클라이언트가 좋아하지는 않더라고요.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겠는데요?

네, 프로젝트 의뢰는 많지만 뭐 이런저런 사유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지 않죠. 하지만 우리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기 때문에, 이롭게는 반복적으로 오래 거래하는 클라이언트가 많은 편이예요.

파견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 업무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베이스캠프라는 툴을 이용해서 하고요, 업무 미팅은 필요할 때마다 하는 편이죠. 프로젝트 초반에 구축 형상을 확정지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클라이언트와 거의 매일 브레인스토밍을 합니다.

오늘 파견 업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프로젝트에 따라 클라이언트가 파견 업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판단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 없어요. 다만 웹/앱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는 ‘특정한 기간동안,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누구를 투입해서 업무를 진행할 것인가’를 바탕으로 견적을 산정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누가 진행하느냐’에 대한 것이예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고, 업무 환경은 프로젝트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의욕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의욕이 있는 상태에서의 결과물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저에게는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무조건 계약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 회사의 구성원들은 파견을 하지 않는 환경에서 퍼포먼스가 더 좋다고 판단한 것이니까, 클라이언트들께서도 양해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오늘은 이롭게가 파견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롭게가 하지 않는 몇 가지 것들이 더 떠올랐습니다. 이롭게는 웹에이전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있기 마련인 야근, 철야, 대대행 등도 하지 않는데요. 해당 주제를 가지고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