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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디지털위안화

글쓴이 Ashley Kim() 2022년 02월 08일

베이징 2022 동계올림픽의 일정이 2월 4일부터 시작되었다. 올림픽이 시작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나친 텃새 판정으로 국제 사회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나 역시 많은 선수들의 오랜 노력을 허무하게 만드는 편파 판정에 분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판정 이슈 뒤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IT트렌드가 하나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일어난 일들이 가져온 연쇄적인 충격을 알고 있다. 소수의 초기 투자자들은 인생을 바꿀 만큼 큰 돈을 벌었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많은 돈을 잃었다. 그리고 특히 중국이 주도했던 채굴 경쟁으로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폭등했으며, 대규모의 채굴작업장을 운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게 하여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한다는 뉴스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이야기이다.

  

그런데 2021년 중국정부는 ‘코인 채굴 금지’를 선언하며 암호화폐 규제를 시작했다. 저렴한 전기료를 이용하며 중국 내에서 대규모 채굴작업장을 운영하던 사업자 중에서 9할 이상의 사업자가 폐업을 선언했다. 정확히는, 중국 정부가 해당 채굴작업장들에 전기공급을 중단했다. 그리고 많은 중국의 채굴사업장들이 전기료가 저렴한 러시아, 카자흐스탄, 파라과이 등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중국 정부가 직접 주도해서 만든 ‘디지털 위안화’와 관련되어 있다.

  

2021년 상반기부터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인증하는 디지털통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랜달 퀄스 부의장은 2021년 6월에 ‘디지털달러의 실효성이 낮다’고 언급하며 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미국은 올해 1월 21일 발표한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ies)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도 디지털달러에 대해 최종 결정을 유보했다.

  

하지만 중국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은 이미 2019년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세계 최초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에 대한 테스트를 주요 도시에서 시작했다. 중국의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2011년 11월에는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자가 1억 2천만명을 넘겼으며 누적 거래액이 560억 위안(약 10조 3,500억원)을 넘겼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2022년 1월 4일,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디지털위안화 e-CNY 앱을 텐센트 등의 중국 로컬 앱스토어가 아닌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를 통해서도 배포를 시작했다

- 사진출처: https://www.cnbc.com/2022/01/11/china-digital-yuan-pboc-to-expand-e-cny-use-but-challenges-remain.html

  

중국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자신들의 디지털위안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향후 국가 간의 거래에서도 디지털위안화를 통해 결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와 미국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과거에 많은 돈을 중국으로부터 빌렸으나, 오로지 미국 내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몇 차례 엄청난 달러를 찍어내면서 중국이 큰 손해를 봤다.

- 관련뉴스: 미국은 달러를 마구 찍어내도 괜찮나요 (2009년 1월 1일, 중앙일보)

  

과연 중국의 이러한 시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중국이 무역대금을 디지털위안화로 지급한다고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신뢰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미 작년 10월에 벌써 ‘가짜 디지털위안화 앱’이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  관련뉴스: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 추진 중국서 '가짜 전자지갑' 등장 (2020년 10월 26일, 연합뉴스)

  

중국의 이러한 시도에 자극을 받은 러시아 또한 2021년부터 디지털루블을 발행하기 위해 착수했으며, 전기자동차의 급속한 상용화로 차세대 성장동력이 필요한 UAE도 자신들만의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것이라고 2021년에 공식화했다. EU 또한 디지털유로화의 도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       관련뉴스: 러시아, ‘디지털루블화’ 실험 실시 계획 (2021년 4월 9일, 한국무역협회)

-       관련뉴스: UAE, CBDC 발행 공식화…글로벌 '디지털화폐 전쟁' 심화 (2021년 7월 15일, theGuru)

-       관련뉴스: EU의 디지털 유로화 도입 논의 (2021년 8월, KDI 경제정보센터)


중국이 쏘아 올린 법정 디지털화폐 경쟁은 우리나라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각 국의 정부가 인정하는디지털화폐들이 계속해서 생긴다면, 비트코인 등 민간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다양한 가상화폐 등은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시세 폭등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다양한 가상화폐들을 매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바이낸스와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뿐일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실제로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자오창펑은 작년에 전세계 11위의 부자로 등극했다.

-       관련뉴스: New estimates of Binance CEO’s net worth make him the world’s 11th richest person (2022년 1월 10일, FORTUNE)


한국은행 또한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최근 주요이슈에 대한 논의 동향을 발표했다.

-       관련뉴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 발간 (2022년 1월 4일, 한국은행)

  

이러한 변화들이 우리 삶에 주는 변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달러가 기축 통화로서의 위치를 잃을 때 생기는 변화는 또 어떻게 될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맞이하게 될 가까운 미래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겪을 변화는 과거 20년간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 서비스가 대체하는 관점에서의 디지털화’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관점에서 시작하여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급속히 재편되는 디지털 전환일 것으로 예측한다. 혹자는 이것을 메타버스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단어안에 이러한 큰 변화들을 담기에 메타버스의 개념은 오히려 협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