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토리

최초의 이메일과 이메일 주소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2025년 05월 16일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는 매초마다 수천, 수만 건의 이메일이 오간다. "메일 보냈습니다"는 비즈니스의 기본이고, "지금 링크 확인해줘"는 친구들 사이의 일상이다. 하지만 이처럼 익숙한 이메일 시스템이 한 사람의 ‘작은 실험’에서 시작되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실험이 세계를 바꿨다면? 오늘은 이메일의 기원, 그리고 세계 최초의 이메일 사용자와 '@' 기호의 숨겨진 역사에 대해 알아본다.


‘레이 톰린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이메일 시스템

1971년,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Bolt Beranek and Newman(BBN)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컴퓨터 과학자 레이 톰린슨(Ray Tomlinson)은 ARPANET(아르파넷)이라는 컴퓨터 간 네트워크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자 했다.

당시의 컴퓨터들은 단일 기기에서만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사용자 간의 메모 공유는 가능했지만, 서로 다른 기기에 있는 사용자 간 메시지 전송은 불가능했다. 레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메일 프로그램 ‘SNDMSG’에 네트워크 파일 전송 기능 ‘CPYNET’을 결합했고, 결과적으로 세계 최초의 네트워크 기반 이메일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최초의 이메일 주소: 사용자@컴퓨터

이메일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사용자 이름과 컴퓨터 이름을 구분할 수 있는 구분자가 필요했다. 수많은 키보드를 훑어보던 그는 결국 '@' 기호에 시선을 멈췄다.

“@는 사용자와 호스트를 구분하는 데 쓰기에 완벽했어요. 주소라는 느낌을 주면서도, 기존 프로그래밍 문법과 충돌하지 않았거든요.” — 레이 톰린슨

이렇게 해서 세상에서 처음으로 ‘사용자@호스트’ 형식의 이메일 주소가 만들어졌다. 그가 사용한 주소는 ‘tomlinson@bbn-tenexa’였다.

최초의 이메일 내용은?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발송된 이메일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안타깝게도…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레이 톰린슨 본인도 이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테스트용 메시지였어요. 키보드를 마구 두드려 의미 없는 문자열을 보냈죠. 아마도 QWERTYUIOP 같은 내용이었을 거예요.”

즉, 역사적인 첫 메시지는 ‘Hello’도, ‘This is email’도 아닌 의미 없는 타이핑 테스트 문자였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이후 수십억 명이 쓰게 될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이메일의 확산과 현대적 의미

처음에는 내부 테스트에 불과했던 이메일은 곧 ARPANET 전역에 확산되었고, 1980년대에는 대학, 연구기관, 군사 네트워크 등에서 본격적인 정보 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메일 주소를 위한 ‘@’ 기호는 1992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으로 등재되었으며, 현재는 인터넷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되었다. 트위터(현 X)에서 사용자명을 ‘@username’ 형태로 표시하는 것도, 이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이메일, 그 기원은 단 한 사람의 실험에서 출발했다. 레이 톰린슨은 자신의 이름을 기념하기보다, “내가 한 일 중 가장 유명한 일이지만, 가장 사소한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사용자@주소’ 방식은 오늘날 수십억 명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고, 인터넷의 구조적 혁신을 이끌었다. 작은 실험이 만든 거대한 변화, 이메일의 시작은 그야말로 IT 역사 속 가장 조용한 혁명이었다.

 👉 인터넷에서의 다양한 '최초'의 기록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