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음 시도된 온라인 해킹 사건은?
지금은 일상이 된 '해킹'. 기업의 서버가 뚫리고, 랜섬웨어가 데이터를 인질로 삼으며, 개인의 정보가 어둠 속을 떠돈다. 하지만 이런 단어가 세간에 등장하기 전, 아무도 ‘해커’라는 존재를 위험으로 인식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에 처음 등장한 해킹은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그 파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오래 지속되었다. 자, 그렇다면 가장 처음 시도된 온라인 해킹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해킹 이전의 해커: 원래는 '창의적인 프로그래머'였다
해킹(hacking)이라는 단어는 원래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프로그래머들의 ‘기발한 해결법’을 가리키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였다. 이들은 시스템의 제약을 우회하거나, 기존보다 더 효율적인 코드를 구현하는 데 몰두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접근’은 창의성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컴퓨터가 점점 상업화되고, 군사적/정부적 용도로 쓰이면서 '허가되지 않은 침입'은 단순한 장난이 아닌, 사이버 범죄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바이러스: 크리퍼(Creeper), 1971년
1971년, ARPANET(인터넷의 전신) 상에서 등장한 최초의 자가복제 바이러스가 바로 ‘크리퍼 바이러스(Creeper Virus)’다. 당시 미국 BBN 테크놀로지의 밥 토마스(Bob Thomas)가 실험적으로 만든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스스로 전파되며 화면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출력했다. “I’m the creeper: catch me if you can!” 이 프로그램은 정보를 훔치거나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존재를 알리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그 개념은 지금의 웜(worm)과 랜섬웨어의 기초가 되었다. 이후 이를 제거하기 위해 작성된 프로그램이 바로 ‘리퍼(Reaper)’로, 최초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기록된다.
최초의 대규모 해킹: 모리스 웜(Morris Worm), 1988년
진짜 ‘해킹의 위협’을 처음으로 실감하게 만든 사건은 1988년 11월 2일, 미국에서 발생한 모리스 웜(Morris Worm)이다. 코넬대 대학원생이던 로버트 타판 모리스(Robert Tappan Morris)가 작성한 이 프로그램은, 당시 인터넷에 연결된 수천 대의 유닉스 시스템을 감염시켰고, 심각한 시스템 과부하와 서비스 중단을 일으켰다.
흥미롭게도, 그는 이를 악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단지 “인터넷 규모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이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내의 복제 루틴이 잘못 설계되어, 자체 확산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주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내 컴퓨터 보안의 전환점이 되었다. 미국 국방부는 이를 계기로 CERT(Computer Emergency Response Team)를 창설했고, 로버트 모리스는 컴퓨터 사기 및 남용법(Computer Fraud and Abuse Act)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가 되었다.
흑백의 경계: 재미, 실험, 범죄
크리퍼가 ‘장난’이었다면, 모리스 웜은 ‘실험’이었다. 하지만 둘 다 결과적으로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고, 사용자나 관리자의 동의 없이 수행된 행위였다. 이러한 회색지대는 이후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가 악했다면?”
- “보안 취약점을 먼저 찾은 사람은 악당인가, 영웅인가?”
실제로 이 시기부터 해커는 화이트 햇(윤리적 해커)과 블랙 햇(악의적 해커)으로 구분되기 시작했고, 해킹의 역사는 기술 발전과 윤리 논쟁의 양면에서 전개되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사이버 보안 위협은 사실상 50여 년 전의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크리퍼 바이러스는 “나를 잡아보라”는 도전이었고, 모리스 웜은 시스템의 한계를 시험한 과학적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비정상적 접근’이라는 공통된 경로를 택했다. 가장 처음의 해킹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술의 진보에는 항상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든 ‘최초’는 곧 새로운 규칙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