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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인터넷에서 가장 처음 판매된 상품은 무엇이었을까?

2025년 05월 02일

1994년 8월, 한 장의 CD가 웹사이트를 통해 결제되고 택배로 발송되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서 물건을 산다"는 행위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제는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 어디든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지만, 과연 그 시작점은 어디였을까? "인터넷에서 가장 처음으로 판매된 상품"은 전자상거래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힌트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최초의 전자상거래 실험: 아르파넷 시대

전자상거래의 씨앗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뿌려지고 있었다. 1969년에 시작된 ARPANET(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Network)은 오늘날 인터넷의 전신으로 불린다. 1971년, 스탠포드와 MIT 학생들 사이에서 마리화나를 온라인으로 거래했다는 설이 남아 있지만, 이건 공식적인 기록보다는 도시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최초로 '기록된' 거래: 피자 vs 포르노 vs CD?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피자’다. 1994년 피자헛은 세계 최초의 온라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고, 사용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피자를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결제’였다. 당시 대부분의 온라인 주문은 실제 결제가 아닌 오프라인 지불(전화, 카드 단말기 등)로 이어졌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온라인 판매라고 보긴 어렵다.

또 하나의 강력한 후보는 포르노 산업이다. 1990년대 초반, 인터넷 초창기부터 성인 콘텐츠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웹의 상업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이 부족하고, 당시는 음지 기반 결제가 많았던 만큼 ‘첫 번째 판매 상품’으로서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확실한 기록: CD 한 장, 그 이름은 Sting

1994년 8월 11일, "Ten Summoner’s Tales"라는 CD 앨범이 미국의 한 온라인 서점인 NetMarket을 통해 판매되었다. 이 사이트는 SBI(인터넷 보안 프로토콜)을 처음으로 적용한 상업 웹사이트 중 하나였다. CD는 신용카드로 결제되었고, 배송 정보도 입력되었으며, 실제로 고객에게 전달되었다. 이 거래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상거래(전자결제 포함)로 공식 기록되어 있다.

즉, "인터넷에서 처음 판매된 상품"은 스팅(Sting)의 CD인 셈이다. 이 사실은 《뉴욕타임즈》와 《포브스》 등의 주요 매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작은 사건이 불러온 거대한 변화

이 사건 이후, 온라인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5년 아마존과 이베이가 등장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전자상거래가 실물 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첫 거래가 기술의 발전, 사용자 경험의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뢰’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돈을 지불하고, 실제 상품을 받는다”는 경험은 당시로선 혁신 그 자체였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물건을 사기 위해 더 이상 상점에 갈 필요가 없다. 쇼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루어지고, 상품은 다음 날 바로 문앞에 도착한다. 그 변화의 시작은 단 하나의 CD, 단 한 번의 결제, 그리고 세상에 처음 등장한 ‘믿을 수 있는 인터넷 거래’였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전자상거래의 이면에는 작고 조용한 첫걸음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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