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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케팅의 새로운 공식, 브랜드 저널리즘

글쓴이 Lina Ha() 2018년 04월 06일

1990년대만 하더라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직접 닿을 수 있는 창구는 미디어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는데요.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브랜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매체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케팅의 새로운 공식,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직한 콘텐츠, 브랜드 저널리즘의 탄생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은 ‘브랜드 스토리텔링(Brand Storytelling)’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로, 맥도날드(McDonald’s)가 2004년 당시 주가 폭락으로 위기를 맞은 브랜드 가치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시행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 정보 전달에 그쳤던 기존의 콘텐츠 마케팅과 달리 기자가 뉴스를 작성하듯 객관적 시각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콘텐츠를 생산, 대중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인터넷의 확산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워지면서 사람들은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런 구조는 더욱 극대화돼 소비자, 생산자의 경계가 희미해지는데요. 이때부터 소비자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포지셔닝을 지켜왔고,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Yes와 No가 쓰여있고 No에 체크 표시그렇게 생산된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를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과장되거나 지루한 콘텐츠에 쉽게 현혹되지 않고 과감히 버리거나 무시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이에 발 빠른 브랜드들은 대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바라는 유익한 콘텐츠를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무조건 좋다는 식의 일방적 홍보가 아닌, 객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한 제3자의 관점이 주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인 브랜드 저널리즘 사례

일반적으로 저널리즘 하면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는 글처럼 느껴질 텐데요. 브랜드 저널리즘은 콘셉트와 내용에 따라 여러 형식과 색을 띱니다. 영상, 사진, 그림, 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브랜드 저널리즘 콘텐츠는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데요. 편견을 깨고 신뢰도를 높여준 브랜드 저널리즘의 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청와대 소식을 안내하는 1150 청와대입니다 영상 촬영 장면 청와대 홈페이지

1) 국민의 소리를 듣다, 청와대

브랜드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바로 청와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는 각종 소셜 계정을 운영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비서관실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는 청와대 홈페이지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총 6개의 소셜 계정을 통해 전해지는데요. 청와대의 일정 안내는 물론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영상, 카드 뉴스와 대통령의 발언 및 연설 전문 등을 공유합니다.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계정은 포스팅마다 수천에서 수만 건의 반응을 받을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정권교체 후 뉴미디어 비서관실이 개설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직과 투명함, 직접적 소통, 쉽고 친절한 대응을 목표로 한 청와대의 미디어 전략은 국내 브랜드 저널리즘의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좌 Our Food Your Question 캠페인 화면 맥도날드 홈페이지 우 유튜브 동영상 답변 맥도날드 유튜브

2) 정직과 성실로 승부,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2002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04년 주가 폭락으로 위기에 빠진 맥도날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힘을 쏟게 됩니다. 매장을 개방해 고객이 직접 주방 내부를 볼 수 있게 했고, 홈페이지 내 ‘Our Food Your Questions’ 게시판을 열어 제품에 관한 질문을 올리면 동영상으로 성실하게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패티의 쇠고기는 실제 100% 순수 쇠고기인가?’의 질문이 올라오면 패티에 들어간 쇠고기 부위부터 패티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정직하게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는 평을 받으며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코카콜라 저니 홈페이지 메인 코카콜라 저니 홈페이지

3) 객관성•전문성 높인 자체 콘텐츠,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2012년 온라인 신문 형태의 사이트 ‘코카콜라 저니(Coca-Cola Journey)’를 개설해 자체 콘텐츠를 쌓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홈페이지와는 달리 유형별(이야기, 의견, 브랜드, 동영상, 블로그), 주제별(브랜드, 사업, 공동체, 엔터테인먼트, 환경, 건강, 역사, 혁신, 스포츠)로 정리된 저널 스타일의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했는데요. 사이트 개설 후 1년도 되지 않아 920만 명의 방문자 수와 2,38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소셜 미디어에서만 5만 4천 번 이상 콘텐츠가 공유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핀터레스트 내 오레오 캠페인 페이지 핀터레스트

4) 함께하는 캠페인, 오레오

오레오는 2013년 100주년을 맞이해 ‘데일리 트위스트(Daily Twist)’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100일 동안 매일 아침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된 참여자의 아이디어 중 하나를 선택, 오레오를 활용한 디자인 이미지를 제작해 SNS로 배포하는 방식이었는데요. 가수 싸이의 말춤을 표현한 오레오부터 다크 나이트 개봉일에 맞춰 제작된 박쥐 모양의 오레오까지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기발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젊은 층으로부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전 사례들과 성향은 다르지만, 일방적 정보 전달이 아닌 소비자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5) 기타

오스트리아의 음료 회사 레드불은 ‘레드불레틴(Red Bulletin)’ 웹사이트를 통해 스포츠, 문화 관련 이벤트,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물론 젊음과 에너지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영국의 금융 그룹인 ‘HSBC’는 웹사이트에 자사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대신 금융업계 뉴스로 채우고 있는데요. 덕분에 금융 관련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HSBC 웹사이트를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HSBC의 역량을 경험하게 돼 이미지 메이킹에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성공한 브랜드 저널리즘의 핵심 요소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기업은 브랜딩을 위한 별도의 매체를 찾지 않습니다. ‘기업이 곧 매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브랜드 저널리즘의 주제와 창구를 기업 내에서 찾기 시작한 것인데요. 하지만 무턱대고 뛰어들기엔 위험성이 따릅니다.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는 점을 유념해 효과적인 브랜드 저널리즘을 위한 핵심 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브랜드 저널리즘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생각과 성향을 이해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해야만 합니다. 콘텐츠는 대중을 통해 소비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하는 말과 행동은 상대방을 설득할 수도, 공감을 끌어낼 수도 없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철저히 계획된 콘텐츠만이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객과 소통할 창구도 필요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와 광고 집행 언론사 등 다양한 채널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타 채널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브랜드 고유의 톤 앤 매너가 변질되거나 애써 제작한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명확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자체 미디어인 ‘오운드 미디어(Owned Media)’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익을 배제한 마케팅을 계획해야 합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에도 몇몇 긍정적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과 저널로서의 브랜드 사이에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브랜드 저널리즘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수익에 대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배제하고 온전히 저널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익에만 초점을 둔 기존의 마케팅 툴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계속해서 중간 지점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인해 생겨난 마케팅 전략입니다. 더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대처는 통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수익을 위한 전략을 세우기 이전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기업의 성공 전략은 마케팅이 아닌 신뢰를 기반한 브랜드 구축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