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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독점법을 피해서 미국을 떠나는 IT회사들

2025년 04월 26일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혁신만의 도시가 아니다. 한때 '창조적 파괴'의 상징이었던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는 '독점'이라는 그림자에 싸여 있다. 최근 미국 법원이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실리콘밸리를 긴장시키는 거대한 물결이 시작됐다.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한때 누구도 넘볼 수 없던 거인들이 반독점 규제의 칼날 앞에 줄줄이 선다. 그리고 이 규제의 폭풍을 피해 일부 IT 기업들은 조용히 미국을 떠나고 있다. 과연 이 움직임은 무엇을 의미할까?


1. 미국 반독점법의 도입 배경

미국이 반독점법(Antitrust Law)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 계기는 단순히 기업이 커졌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경쟁이 봉쇄되고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 사회적으로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1890년에 제정된 세계 최초의 반독점법인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은 '카르텔'과 '독점'을 금지한다. 

당시 미국 경제는 산업화와 철도, 석유, 철강 대기업의 초집중으로 인해 소수 자본이 경제를 좌우하고 있었고, 이는 정치적 부패와도 연결돼 사회적 반발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정부는 자유경쟁을 보호하고 시장을 개방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게 되었다.

2. 왜 지금, 빅테크에 반독점의 칼날이 향하고 있나?

기술 기반 기업의 독점은 전통적 제조업보다 훨씬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경쟁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에게 반독점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 디지털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은 데이터를 독점하고 알고리즘으로 소비자 선택을 제한

- 인수합병으로 신생기업 차단: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는 경쟁자가 크기 전에 사라지게 만듦

- 자사 플랫폼 내 우대: 아마존은 입점업체 데이터를 분석해 자사 제품에 유리하게 반영

마이크로소프트도 1990년대 말 익스플로러 브라우저 독점으로 반독점 소송을 겪은 후 혁신이 정체됐고, 구글·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그 틈을 타 성장하게 되었다. 반독점법은 스타트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기술 교체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혁신'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3. 구글, 두 번째 반독점 패소

2025년 4월, 미국 버지니아 연방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광고 서버와 광고 거래소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고 판결했다. 2023년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판결에 이어 불과 8개월 만의 두 번째 타격이다. 법원은 구글이 10년 넘게 기술적 통합과 계약 정책을 통해 시장 지배를 강화해왔다고 지적했으며, 결과적으로 광고주와 퍼블리셔는 구글을 통한 광고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번 판결이 '구글 네트워크' 매각 가능성을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매출 31억 달러를 올린 광고 네트워크 부문을 떼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별도로 진행 중인 검색 엔진 시장 독점 재판에서는, '크롬' 웹브라우저까지 강제 매각 요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구글 전체 광고 매출 75%를 뒤흔들 수 있는 치명타다.

3. 메타·아마존·애플까지, 줄줄이 걸려드는 빅테크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메타의 인스타그램, 왓츠앱 인수를 문제 삼아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 시장 독점 혐의로, 애플은 아이폰 시장 독점 혐의로 각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빅테크 모두가 반독점 재판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벌금 문제가 아니다. 사업부 분할, 핵심 사업 강제 매각 같은 강력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마치 과거 AT&T가 1984년 강제 해체됐던 것처럼, 빅테크 시대의 판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뜻이다.

4. 떠나는 기업들: 왜, 어디로?

이런 미국 내 규제 강화 조짐은 일부 IT 기업들이 미국을 떠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견 IT 기업들 사이에서 '탈(脫) 미국'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요 행선지는 캐나다, 아일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두바이 등이 대표적이다. 

      - 캐나다: 기술 친화적 정책, 낮은 규제 환경
      - 아일랜드: 낮은 법인세(12.5%), 유럽 시장 접근 용이
      - 싱가포르: 아시아 허브, 규제 완화, 법적 안정성
      - 스위스: 데이터 보호법 강점, 글로벌 금융 허브
      - 두바이(아랍에미리트): 무역 자유구역, 법인세 면제 혜택

IT 사업의 지형을 흔드는 미국의 반독점법

미국의 반독점법은 단순히 '큰 기업이 나쁘다'는 논리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 질서를 회복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최근의 미국의 빅테크 규제 강화는 단순히 거대 기업들의 문제를 넘어, IT 산업 전체의 글로벌 지형을 흔들고 있다. 기존의 빅테크 기업들이 성장했던 시대는 ‘플랫폼 독점’ 기반이었다면 지금은 '분산, 탈중앙화, 신뢰 회복, 사용자 중심'이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다. 그리고 IT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향에 맞춰서 지속적인 시도들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