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마케팅 경쟁의 핵심, Z세대 공략법

글쓴이 Lina Ha() 2018년 03월 07일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20~30대는 현재 대한민국의 소비 주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소비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세대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데요. X, Y세대의 다음 세대로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입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보다 훨씬 빠른 유년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세대답게 신기술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요.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기업·브랜드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어떤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디지털 원주민’ Z세대 제대로 알기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국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Z세대’시대의 도래를 꼽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성년자가 더 많았던 Z세대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의 50%인 약 336만 명이 성인이 되었는데요. 이로써 앞으로의 마케팅 성공 여부는 Z세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Z세대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전 세대보다 수적인 규모는 작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게 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인데요. 특히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경제, 마케팅 업계에서는 Z세대 알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generation Z라 쓰여진 바닥 이미지

Z세대에게 온라인 쇼핑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옷이나 신발, 책, 음반, 게임기 등 품목을 가리지 않는데요.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전체 쇼핑의 50%를 넘을 정도죠. 상품 선택 과정도 남다릅니다. 소셜미디어나 블로그 리뷰 등을 활용, 상품 후기를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구매합니다. 무조건 좋다는 식의 허위, 과장 광고는 이들에게 큰 매력을 주지 못합니다. 온라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X, Y세대가 이상주의적인 반면 Z세대는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등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소비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제품에 알파벳 Z를 붙이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각광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Z 마케팅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은 ‘Lost Boyz’나 ‘Young Bloodz’ 등의 이름을 가진 팝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라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숭배하는 ‘Z족’이 급격히 늘어나자 발 빠른 상인들이 상품명에 ‘Z’를 쓰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죠. 

그들이 사는 법, Z세대의 소비

아직은 10대,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결제 활동 자체가 미미한 Z세대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그들의 소비 특징을 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Z세대 1만 5,6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온라인 마스터들의 오프라인 추구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알려진 Z세대는 하루 기준 최소 5가지 디지털 기기를 오가며 멀티태스킹을 하는 등 하루 시간의 대부분을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데 쓴 덕분에 가족 구성원 중 디지털 기기를 가장 잘 다룹니다. 바로 이 장점이 가정 지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 마케팅 회사 ‘인터렉션’이 2016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70%가 온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 Z세대의 조언에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가구, 가전제품, 여행과 같이 지출 규모가 큰 품목에서 더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오프라인 쇼핑 카트와 모바일 속 쇼핑 카트의 모습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연구에 참여한 Z세대 중 67%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살 때는 온라인보다 매장 구매를 선호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전자상거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비자들에게 리얼 라이프(IRL, In Real Life) 쇼핑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Z세대의 74%가 온라인으로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쇼핑만큼은 ‘매장에서 직접 쇼핑하는 경험’을 좋아하고, 자신의 시그너처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것에 특별한 가치를 둔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낮은 연령대일 경우, 온라인 쇼핑에 제약이 따른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한계라 할 수 있겠고요.

2) 아무리 좋아도 답답하면 안 써

이들에게 익숙한 온라인 쇼핑은 반드시 매끄러워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한 치의 불편함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웹 페이지의 평균대기 시간이 8초인 Z세대는 느리고 검색하기 어려운 온라인 경험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또 ‘응답하지 않거나 오류가 잦은 기술’에 아주 예민하며, Z세대의 60% 이상은 “로딩 속도가 느리거나 검색이 어려운 앱 또는 웹사이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홍보만큼이나 웹페이지의 빠른 속도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3) 소외와 고립이 두려운 자립형 성향

모니터 속 로그인 페이지Z세대는 *포모(FOMO)를 두려워하고 개인정보에 민감합니다. 또 문화적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일하는 방식은 독립적입니다. 예를 들면 SNS에서 공유하는 걸 즐기면서도 ‘내 정보’만은 철저히 지키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Z세대는 치명적인 사이버 공격과 관련한 뉴스들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접해왔을뿐더러 학교에선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디지털 시대의 폐해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정보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어떤 세대보다 잘 알고 있죠. 아무리 좋은 프로모션 행사라도 이들에게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면, 대다수가 매몰차게 거절할 것입니다.

*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일어나는 소외와 고립 공포증.

4) 신뢰와 진정성을 중시하는 집단주의

Z세대는 자신이 투자한 돈이 어떻게 쓰이고 그 소비가 합리적이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역할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상응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미국 컨설팅업체 퓨처캐스트(Futurecast)의 조사에서 10대 청소년의 60%가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브랜드를 소비하겠다고 답했는데요. Z세대의 이런 성향은 ‘나보다 우리가 먼저’라는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을 선호하는 ‘*피어-투-피어(Peer To Peer)’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피어-투-피어(Peer To Peer): 인터넷을 통해 각자의 컴퓨터 안에 있는 음악 파일이나 문서·동영상 파일뿐만 아니라 DB, CPU 등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

Z세대 잡는 ‘힙’한 마케팅

세계의 기업들은 Z세대를 목표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통업 트렌드 연구기관인 ‘펑 글로벌 리테일 & 테크놀로지(Fung Global Retail & Research)’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미국에서만 Z세대가 약 8,295억 달러(약 969조 6,025억 5,000만 원)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Z세대의 패션 스타일 지수가 높기 때문에 브랜드와 소매업체들은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물론 유통, 패션업계에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을 들이는 배경 또한 Z세대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활발히 하는 1020세대들이 자신은 물론 가족·지인들의 쇼핑 정보를 받는 중요한 통로로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힙하다: 영어 단어인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를 붙인 말로 형용사로 쓰이며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로는 '핫하다', '트렌디하다' 등이 있다.

좌평창 롱패딩 입은 연예인  우평창 롱패딩

최근 Z세대 관심 끌기에 성공하면서 대박 난 상품과 마케팅을 살펴보면 그들의 관심사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는 일명 ‘평창 롱패딩’은 지난 10월 첫선을 보인 후 구매자들에 의해 상품 후기가 SNS에 올라왔는데요. 애초에 7,000명에게만 판매하는 조건으로 순번표를 나눠주었으나 몇 시간 만에 동이 났고, 준비한 물량 3만 장 중 2만 3,000장이 완판됐습니다. 이후 판매 재개 소식에 1020세대들이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평창 롱패딩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올림픽 기념이라는 희소성을 넘어 비슷한 품질의 브랜드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과 인기 가수들이 평창 롱패딩을 입은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평창 롱패딩이 처음부터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다 갖춘 셈이죠.

방탄소년단과 라인프렌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된 캐릭터

Z세대를 열광케 한 또 다른 사례로 라인프렌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캐릭터 BT21은 라인을 통해 무료 스티커를 공개했는데요. 현재까지 1,000만 다운로드 돌파, 트위터 내 1억 5,000회 이상의 노출, 팔로워 및 구독자 수 25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아이돌의 위력을 실감케 했습니다. 사전 홍보나 특별한 광고 활동이 없었음에도 이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SNS를 통한 Z세대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여름, 팝업스토어 ‘러블리마켓’에 입점한 퍼스널컬러 전문 메이크업 브랜드 ‘밥미키 코스메틱(BOBMIKI COSMETIC)’은 이틀에 걸쳐 Z세대를 겨냥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는데요. 톡톡 튀는 디자인의 메이크업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은 물론 SNS 이벤트, 꽝 없는 제비뽑기 이벤트, 메이크업을 시연 등의 프로그램을 약 3만 명의 방문객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좌 스냅챗의 스펙타클 선글라스 우 앱으로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웨어러블 패션 모자

앞으로 웨어러블 패션이 Z세대의 구매력 향상과 함께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해 스냅챗에서 출시한 선글라스 ‘스펙타클’과 구글의 웨어러블 안경 ‘구글 글래스’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중 스펙타클 선글라스는 흔히 말하는 힙한 디자인은 물론 자체 비디오 레코딩이 가능해 스냅챗을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영국 패션 테크놀로지 브랜드 ‘Studio XO’ 또한 Z세대를 타겟으로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컬렉션을 계획 중에 있는데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모자와 백팩 그리고 셔츠의 색을 바꿀 수 있는 신개념 기술을 비롯해 특수실을 이용한 LED 드레스와 야구모자, 감정 상태를 측정해 주는 밴드 등 지금껏 보지 못한 패션과 기술의 콜라보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패션과 기술은 세대와 함께 진화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정보와 기술을 접해온 Z세대의 안목과 습득력은 어느 세대보다 뛰어나며 모든 산업 영역에 영향을 미칠만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Z세대를 사로잡을 마케팅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아이템만 있으면 발전 방향은 그들이 제시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기만 하면 될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