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끌리는 브랜딩, 브랜디드 콘텐츠

글쓴이 Lina Ha() 2017년 11월 28일

유통업계의 장기적인 침체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을 생산해냅니다. 자본의 중심에 있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게 할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을 효과적으로 광고할 수 있는 시장을 찾습니다. 지속된 불황만큼 시장을 고르는 기준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유통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s)’ 입니다. 이전처럼 광고를 대행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주체적으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브랜드와 콘텐츠의 신선한 결합

미디어 콘텐츠 메시지 브랜딩 영문 표기

브랜드에 있어서 노출은 필수적이며, 기업은 이를 위한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광고 이야기인데요. 광고를 집행하려면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상품, 그리고 그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할 무언가가 필요한데, 여기서 브랜드와 콘텐츠의 결합이 이뤄집니다. 최근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확산이 미디어 환경의 분위기를 좌우하면서 콘텐츠 형식에 따라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에 기업도 흡인력 있는 콘텐츠에 자신의 이미지를 입히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단순히 콘텐츠 안에 기업 이미지가 포함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메시지와 가치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 광고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형식에 있는데요. 주로 글·그림·음성 등 시청각 매체가 단순한 광고 포맷으로 전달되던 것과 달리, 브랜디드 콘텐츠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균형 있게 결합해 콘텐츠 안에 브랜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으로 전달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앱 이미지또 소비자가 스스로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싶어질 정도의 흥미를 유도합니다. 이는 콘텐츠 소비 이후에도 브랜드에 대한 애착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존의 광고대행사가 아닌 소셜 미디어를 주요 유통 경로로 삼던 비디오 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콘텐츠 시장을 주도해나갈 메인 사업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뉴미디어의 생태계를 잘 알고 있는 제작사가 필요했고, 제작사들은 수익모델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욕구가 정확히 일치되는 도구가 마련됐습니다.

자발적 공유를 불러온 브랜디드 콘텐츠

보통의 영상 광고는 최대 30초를 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래 사례들은 평균 2분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조회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공유하거나, 검색을 통해 찾아온 결과인데요. 이런 자발적 행위를 불러오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제작사 간의 긴밀한 협업은 물론 플랫폼에 잘 맞는 마케팅을 활용하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아래 콘텐츠는 이런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진 사례입니다.

1) 브랜드와의 협업 중심

시리즈로 제작된 캐논의 광고는 단편영화 콘셉트로 제작됐습니다. 인기 셰프 최현석과 축구선수 출신 안정환이 주인공인 이 영상은 야생에서 카메라로 곰을 찍다가 곰에게 죽임을 당하고, 소매치기를 잡기 위해 공을 차는데, 경찰을 맞추며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가는 등 코믹한 반전이 있는 스토리로 전개되는데요. 시리즈 광고 중 800만 뷰를 기록한 영상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 세계 맥주 광고는 감동과 재미를 함께 담았습니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현실을 다룬 이 광고는 실제 87만 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광고 이후 이마트의 수입 맥주 매출 신장률도 29.5%에 달했습니다.

삼성 이어폰 레벨 U 또한 재치있는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해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라마 포맷과 내부 캐릭터 설정은 유지하면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삼성 이어폰 제품을 어색하게 끼워 넣으며 웃음을 유발했는데요. “삼성으로부터 광고 협찬을 받아서 부득이하게 상품 홍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한 재밌게 봐달라”는 콘텐츠 속 메시지는 솔직함이 무기가 되어 ‘잘 만들었다’, ‘거부감이 없다’는 반응을 얻으며 바이럴에 성공했습니다.

2) 자사 기존 콘텐츠 활용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콘텐츠를 활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단편영화부터 드라마, 웹툰까지 장르도 다양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콘텐츠 장르는 웹드라마인데요. 지상파 드라마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방송 심의 규정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및 제품 홍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좌 첫 키스만 일곱 번째 영상 캡처 이미지 우 긍정이 체질 캡처 이미지

롯데면세점은 한류 스타들을 총집합해 웹드라마 ‘첫 키스만 일곱 번째’를 제작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된 이 드라마는 누적 조회 수 1억 뷰를 돌파했는데요. 국·중·영·일문 총 4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어 유튜브, 페이스북, 중국 유쿠(동영상), 웨이보(SNS) 등에 공개해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2013년부터 브랜드 홍보 웹드라마를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해 오고 있는 삼성은 ‘무한동력’, ‘최고의 미래’, ‘도전에 반하다’에 이어 최근 ‘긍정이 체질’까지 총 4개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브랜드 홍보를 위한 영상인 만큼 삼성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품들이 등장하지만, 극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소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임페리얼 브랜드 웹툰 4버 디스 이미지

비슷한 사례로 이니스프리의 웹드라마 ‘오구실’, 네슬레와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과 함께 제작한 브랜드 콘셉트 영화 ‘장옥의 편지’도 브랜디드 콘텐츠의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12년 지기의 우정을 그린 임페리얼 브랜드 웹툰 ‘4버디스’는 페이지뷰 500만 건을 돌파하며, 브랜드 웹툰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유명 만화가 전극진, 박진환 작가와의 협업으로 3040 세대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현실적이고도 재미있게 그려내 독자 평점 9.6을 기록하며 양질의 콘텐츠 구성과 브랜드 홍보의 균형을 잘 지켰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3) 흡인력 있는 콘텐츠와의 만남

최근 힙합과의 공동작업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콘텐츠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사 전달이 중요한 힙합의 특성상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메시지 전달이 용이하고, 언어유희가 가능해 재미까지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쇼미더머니6’과 공동작업한 ‘활명수 리본(Reborn)’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동영상 매체를 포함해 통합 조회 수 1천 만회를 넘어섰습니다. 쇼미더머니6에 출연한 박재범이 직접 제작을 맡아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활명수의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브랜드의 가치를 담았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조화가 이미지 전환을 일으켰다’, ‘젊은 이미지를 만들려는 활명수의 노력이 보인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는 물론 콘텐츠 퀄리티 부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 각종 음악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면서 브랜디드 음원으로는 최초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좌 활명수 리본 뮤직비디오 장면 우 버거킹 캠페인 영상 장면

젊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목표로 힙합 뮤직 플랫폼을 활용한 버거킹 캠페인 영상도 화제입니다. 특이한 점은 노래 가사에 브랜드명이 언급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브랜드 로고도 느린 장면으로 봐야 알 정도로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젊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생각과 취향을 풀어낸 가사와 영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브랜드 특유의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언어유희도 기발함에 한몫했는데요. ‘행복 워크인(walk in)’은 ‘행 버거킹’으로, ‘Thinking’을 ‘Thin King’으로 발음하는 등 단어의 유사성을 활용해 재미를 더했습니다.

KEB 하나은행은 다소 딱딱한 느낌의 은행 광고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전략으로 배우 안성기와 가수 자이언티를 내세웠는데요. 자이언티는 추억의 게임 '아이엠 그라운드'의 멜로디를 트렌디하게 편곡한 노래 ‘하나 Can Do’에 기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번 영상은 은행 광고로는 이례적으로 75만 뷰를 기록하며, 금융업계 광고의 혁신을 선도한 긍정적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4) 고객과의 협업 중심

CU 고객 참여 이벤트 페이지

브랜드와의 협업만큼 고객과의 협업도 중요합니다. CU 편의점의 경우, 고객들이 편의점 제품 조합을 만든 레시피와 자신이 만든 음식을 SNS에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시작됐는데요. 이에 CU는 감사의 의미를 담아 신제품 아이디어나 이름을 고객 참여 이벤트로 진행하고, 제안을 적극 수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AIA 생명은 광고 모델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초청해 고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를 영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경쟁 속 살아남는 콘텐츠의 조건

지금까지 살펴본 브랜디드 콘텐츠 사례는 분명 기존 광고와 차별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브랜디드 콘텐츠의 형식적 측면이나 그것을 정의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으며 다만, 일반적인 개념으로 해당 브랜드가 마케팅 목적에서 기획·제작한 콘텐츠를 말하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광고면서 다를 게 뭐냐’는 식의 달갑지 않은 시선은 물론 네이티브 광고, PPL 마케팅 등과 뚜렷한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브랜디드 콘텐츠가 광고라는 말에 반발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디드 콘텐츠의 최종 목표는 ‘광고’가 아닌 ‘콘텐츠’에 있다는 데서 기존 광고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서 제시한 사례는 모두 소비자의 수용 반응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된 것처럼, 이제 광고의 옷을 입은 모든 콘텐츠는 소비자의 공감과 흥미를 거부감 없이 끌어내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본 브랜디드 콘텐츠 개념의 차별점은 ‘자발적 공유’입니다. 소비자는 소비의 주체이지만, 본인이 광고를 퍼뜨리는 주체가 되는 것은 꺼리는 경향이 있어 스스로 생각하기에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에만 자발적 공유의 행위가 발생하게 됩니다. 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넘어, 어떤 행위를 실행하도록 유도해야 하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겠지요. 시장은 경쟁 속에 있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곧 개념이 되는 것처럼 위의 논란은 자본의 이동이 굳혀지면 자연스럽게 잠잠해질 이슈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소비자의 오해를 쌓지 않는 것입니다. 시장에 의해 ‘사기 당했다’는 생각은 궁극적으로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은 브랜디드 콘텐츠의 개념을 두고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 그래서 브랜드 광고의 큰 축이 콘텐츠로 옮겨지는 것만이 브렌디드 콘텐츠의 개념 확립은 물론 존속 여부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