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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 마케팅의 새로운 도구, AR과 VR

글쓴이 Michael() 2017년 11월 24일

지난 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Go’와 게임 콘솔 ‘Play Station 4’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에 각각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비단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앱과 콘텐츠에 쓰이고 있는 두 기술은 최근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AR과 VR의 정확한 개념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살펴보겠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AR과 ‘VR’

스마트폰이 대중에 널리 보급된 후 SF 소설에서나 등장할법한 ‘AR’이라는 말이 부쩍 자주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라고 불리는 AR은 말 그대로 실제에 가짜를 덧입혀 현실을 증강, 즉 확대해 강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포켓몬 Go’ 게임을 예로 들면, 현실의 장소들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갖다 대면 포켓스톱과 체육관 등의 게임 환경이 덧입혀진 증강현실의 무대가 되는 것이죠. AR은 사용자의 지리적 위치와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기에 지리∙위치 정보를 송수신하는 GPS 장치 및 중력(기울기+전자나침반) 센서, 위치정보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지도 앱이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경로를 알려주고, 멤버십 앱이 주변에 할인 가능한 브랜드 매장을 체크해주는 것도 바로 AR 기술의 한 사례죠. 

쇼핑몰 내 정보가 증강현실로 제공되는 스마트폰 이미지

그렇다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무엇일까요? 이는 그야말로 현실과 완전히 다른 가짜의 세계를 말합니다. 헤드셋이나 기타 주변기기를 착용한 사용자가 완전히 인공적인 새로운 세상 속에 잠시 들어가 1인칭으로 체험하는 방식이죠. 최근에는 360도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어느 각도에서나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가상 세계의 범위가 더욱 넓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로는 도전하기 망설여지는 익스트림 스포츠나 롤러코스터를 즐길 수 있고, 자동차나 항공기 운행을 위한 가상 훈련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AR, 실제에 가상을 덧입혀 팔다

AR은 주로 현실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는 마케팅 툴로 이용됩니다. AR 마케팅에 적극적인 브랜드 중 한 곳이 가구 업체인 이케아(IKEA)인데요. 이케아는 지난 9월 AR 기술로 실제 공간에 자사의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 'IKEA Place' 앱을 런칭했습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있는 공간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한 후, 이케아의 가구를 원하는 위치에 두었을 때 모습을 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치나 크기, 색상 등 가구를 고르며 고민하는 많은 부분을 AR 기술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이점이 있죠. 

증강현실 기술로 실제 공간에 이케아 가구를 적용했을 때의 모습

유명 신발회사인 컨버스(Converse)는 2011년 일찌감치 ‘Converse Sampler’ 앱을 내놓았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발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추며 마치 실제 신발을 갈아 신은 것처럼 여러 스타일의 컨버스 제품 착용 모습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앱은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며 1만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그 해의 칸 라이온즈 광고제 Media 부문 Silver를 수상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스캔하여 추가 정보를 증강현실로 확인할 수 있는 동경신문 앱 동경신문(東京新聞)은 색다른 방식으로 AR을 활용했습니다. 특유의 딱딱하고 전문적인 문체, 고난도의 한자는 일본 어린이와 젊은 층이 신문을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에 동경신문은 “Share the Newspaper with Children” 캠페인을 진행하며 전용 AR 앱을 출시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앱을 켜고 신문의 특정 기사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헤드라인과 중요 내용을 시각화한 화면이 팝업되어 보다 쉽고 재미있게 기사를 읽고 이해할 수 있죠. 덕분에 부모 세대에게는 자녀와 함께 신문을 읽는 즐거움을, 젊은 층에게는 어려운 시사 문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잠재 독자 증가는 물론 신문의 열독률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의류와 코스메틱 분야에서 AR 활용도가 높습니다. 유명 백화점들은 최근 가상 피팅존을 도입, 고객이 직접 옷을 입어보지 않고도 3D 착용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옷을 갈아입는 번거로움과 피팅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도입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천공항은 지난 여름 공항 내 환승 편의시설에 디지털 거울인 FX미러를 설치, 한복을 비롯해 승무원복, 각종 유니폼들을 AR로 가상 착용할 수 있는 부스를 선보였습니다. 거울에 비친 인물의 신체를 스캔해 즉석에서 정교한 3D 의류 착용 모습을 보여주는 신기술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국내 AR 기술을 홍보하는 효과까지 거뒀죠. 코스메틱 브랜드에서는 거울 디스플레이나 앱을 통해 사용자의 얼굴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가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AR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인천공항의 디지털 거울FX기어 이마트의 쥬라기 월드 게임이마트

이 밖에도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는 ‘터치 어택’, 올해 ‘쥬라기 월드’ 등의 게임을 매장에서 AR로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해 젊은 고객층의 방문을 유도하는 등 현실 세계에 재미와 정보를 덧입힌 다양한 AR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으로 앱 구동이 필수라는 점, ‘포켓몬 Go’ 열풍 당시 논란처럼 안전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AR 마케팅을 기획하는 데에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VR, 새로운 세상과 체험을 팔다 

VR은 현실 기반의 AR 보다 시청각적인 환경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몰입도가 훨씬 높습니다. 이에 VR 마케팅은 보다 몰입이나 체험이 중요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류 브랜드 탑샵(Topshop)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360도 VR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매장에 방문한 일반 고객들에게 VR 헤드셋을 착용하게 하고,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탑샵의 패션쇼를 관람하게 했는데요. 패션쇼장 곳곳의 모습과 사운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체험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세계적인 호텔 메리어트(Marriott)는 특별 부스를 만들어 신혼부부와 일반 고객들에게 ‘The Teleport’라는 VR 체험 이벤트를 제공, 유명 여행지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동시에 그곳에 위치한 메리어트 호텔의 우수함을 어필해 방문을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자동차 주행 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최근 VR 마케팅이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 브랜드입니다. 몇몇 브랜드는 체험관에 아예 실물 자동차 없이 디지털 쇼룸만을 설치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터치스크린으로 차종, 외장, 가죽, 타이어휠 등의 옵션을 선택해 나만의 자동차를 3D 이미지로 확인한 뒤 VR로 실제에 가까운 시승 체험까지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피가 큰 자동차를 여러 대 전시하지 않아도 되고, 시승에 따른 사고 위험도 막을 수 있어 공간과 시간,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주 브랜드인 좋은데이가 VR의 1인칭 체험이라는 특징을 활용한 영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영상에는 브랜드의 광고 모델인 배우 박보영이 술집, 캠핑장에서 음주를 즐기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360도 VR 영상으로 촬영되어 사용자의 시점에서 마치 박보영과 1대 1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패키지를 활용한 카드보드 마케팅왼쪽부터Coca Cola McDonalds Sweden

VR 체험을 위한 도구 자체를 마케팅에 활용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VR은 실제 같은 몰입감을 위해 헤드셋이 필요한데, 가격이 비싸 많은 이들이 소유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이에 구글(Google)에서는 2015년 골판지 한 장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VR 감상용 카드보드(Cardboard)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코카콜라(Coca Cola)와 맥도날드(McDonald’s)는 여기에 착안해 자신들의 제품 패키지를 마케팅 도구로 삼았습니다. 코카콜라는 제품을 포장한 종이 패키지를 접어 카드보드 만드는 법을 공유했고, 맥도날드 스웨덴은 카드보드로 재활용할 수 있는 해피밀 세트 패키지를 출시,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VR 게임 앱까지 내놓으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훔쳤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VR 콘텐츠에 접근해 체험할 수 있게 되었죠. 

MR, 증강과 가상을 넘어 혼합현실로

빠른 기술의 발전 속도는 사람들의 적응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AR과 VR이 익숙해질 즈음 이를 뛰어넘는 기술이 재빠르게 등장했는데, 바로 혼합현실(MR, Mixed Reality) 입니다. MR은 VR로 인한 인지부조화와 이질감을 줄이고, AR의 부족한 몰입도를 끌어올려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기술로, 지금도 한창 진화 중에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홀로렌즈(Hololens)'를 개발해 내놓으며 MR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홀로렌즈는 증강현실처럼 단순히 실재하는 공간이나 사물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3D로 스캔한 뒤 홀로그램 등을 활용해 임의로 조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불어 가상의 공간에 실제 지형지물이나 신체를 부분적으로 융합시키는 기술 또한 다른 한 쪽에서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MR은 그간 서로 다른 레이어로 존재하던 실재와 가상의 이미지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연스럽게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게임은 물론 교육, 설계, 체험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어 우리의 생활과 기업의 마케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값비싸고 불편한 헤드셋과 ‘가짜’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감을 뛰어넘어 어디까지 MR 기술과 마케팅 기법이 발전할지 사뭇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