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광고가 IT를 만났을 때

글쓴이 Michael() 2017년 11월 10일

기업들의 마케팅은 최신의 기술을 적극 활용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광고 또한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움직여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에 2010년 이후 IT(Information Technology)를 활용하여 화제를 모았던 광고 사례를 정리해봤습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흥한 QR코드와 해시태그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 정보를 확인하는 사람정사각형의 기이한 이미지로 이루어진 QR코드는 등장하자마자 바코드의 대체 시스템으로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세로줄 형식에 20여 자의 정보만을 넣을 수 있던 바코드에 비해 QR코드는 가로와 세로면을 모두 활용해 숫자는 최대 7,089자, 문자는 최대 4,296자, 한자도 최대 1,817자를 기록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Quick Response’라는 명칭 그대로 스마트폰 리더기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에 등장 초기 QR코드는 명함, 음악이나 동영상, 지도 정보 등을 제공하는 데에 널리 쓰였습니다. 

하지만 유해정보나 보안 안전성을 미리 확인할 수 없고, 매번 스마트폰을 꺼내 스캔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은 단점으로 꼽힙니다. 위챗페이(Wechat Pay)를 통해 QR코드로 주로 결제를 하는 중국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것과 달리 광고 속 홈페이지 연결이나 이벤트 쿠폰 정보 등에 제한하여 쓰는 이유도 QR코드의 광고 효과가 기대보다 미미하기 때문이죠.

돌려돌려 해시태그를 활용한 더 바디샵 이벤트 광고비슷한 시기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붐을 일으킨 해시태그(Hashtag) 역시 한동안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발히 쓰여졌습니다. 국내에선 흔히 ‘우물 정(#)’자로 불리는 해시태그는 1970년대부터 프로그래머들이 쓰던 기호로, 1980년대에 인터넷 채팅 서비스에서 특정 주제를 공유하기 위해 쓰이면서 ‘해시(#) 기호로 정보를 묶는다’는 지금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등장하면서 해시태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피드에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도구로 떠올랐습니다. 게시물에 해시태그를 붙이고 특정 단어 혹은 문장을 띄어쓰기 없이 적어 올리면 같은 해시태그의 글들을 한꺼번에 모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가 유행하자 기업들은 게시물에 기업명, 제품명, 캠페인 네임 외에도 동시대에 검색량이 많은 단어들을 해시태그와 함께 올려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특정한 해시태그를 검색했을 때 자신들의 제품이 널리 노출될 수 있도록 말이죠. 더불어 ‘페이스북에서 #00을 검색해보세요’와 같이 해시태그를 특정한 캠페인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광고 비중이 늘고, 해시태그 검색으로도 원하는 정보보다 광고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이에 사용자들이 해시태그를 정보 검색보다 특정 이슈에 대한 지지나 언어유희 수단으로 주로 쓰면서 광고 효과는 이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 명의 고객을 위한 맞춤 기술, 인터랙티브 동영상 

IT가 발전할수록 미디어는 개인화됩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제공되는 정보보다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에서 자신에게 맞춰진 콘텐츠를 보길 원합니다. 인터랙티브 동영상은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에 맞춰 등장한 것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과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HONDA의 자동차 인터랙티브 동영상 광고 화면  인터랙티브 동영상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송출하는 광고에서 벗어나 고객이 동영상을 보고 직접 화면을 터치하거나 클릭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광고라면, 휠의 디테일을 확대해 보거나, 자동차의 내부, 옵션 등 원하는 정보를 선택하는 것이죠. 동영상을 끝까지 시청하지 않고도 고객은 원하는 정보를 보다 빠르고 풍부하게 얻을 수 있고, 기업은 고객이 선택한 내용을 통해 구체적인 니즈와 데이터를 얻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동영상은 다른 IT 기술을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세계 곳곳의 대도시에서 하프 마라톤 대회 ‘We Run’을 진행하는데, 201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이와 동시에 ‘Cheer me on’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고객의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앱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도록 하고, 마라톤 현장에서 해당 고객의 신발에 부착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스마트 태그) 정보를 통해 특정 지점을 통과할 때 친구들의 응원 동영상이 LED 전광판에 나타나도록 했죠. 이는 소셜미디어와 RFID 기술을 결합하여 캠페인 붐업과 개인화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킨 성공 사례로 널리 회자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2012년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에서 모바일 부문 동상을 수상한 맥도날드(McDonald's)의 핑퐁 게임,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펩시(Pepsi)의 ‘Max Unbelievable’ 캠페인 등이 모바일과 증강현실, 인터랙티브 영상을 활용해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힙니다. 

빅 데이터와 IT 기기를 활용한 새로운 광고의 등장

CANAL의 드라마 영 포프의 마케팅 캠페인 효과

프랑스의 예술영화 채널인 카날 플러스(CANAL+)는 2016년 주드 로 주연의 드라마 ‘영 포프(Young Pope)’를 방영합니다. 최연소 교황으로 선출된 파이우스 13세(Pius XIII)의 파격적인 행보를 그리는 이 드라마를 런칭하며 카날 플러스는 한 가지 재미있는 캠페인을 벌입니다. 이들은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Watson)에 39,000여 개 성경구절을 학습하도록 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욕설이나 비도덕적 내용이 올라오면 드라마 주인공인 교황 파이우스 13세의 이름으로 그에 어울리는 성경 구절을 댓글로 달도록 했습니다. 누군가 “닥치고 꺼져!”라고 게시물을 쓰면 파이우스 13세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5:12”라고 댓글을 다는 식이죠. 빅 데이터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이 캠페인으로 파이우스 13세 계정은 100만 건 이상 댓글을 달았고, 400만 명 이상에게 도달해 대중의 관심은 물론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이는 데에도 크게 일조했습니다. 

IT 기술을 통해 광고 매체를 확장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국내 기업인 ‘사운들리(Soundly)’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비가청 음파에 정보를 담아 TV와 모바일의 광고를 연동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입니다. TV 광고에 비가청 음파를 더해 송신하면, 광고를 시청 중인 소비자의 스마트폰이 해당 신호를 인지해 특정 앱이나 페이지를 활성화시키며 제품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TV나 영화를 볼 때도 스마트폰을 동시에 이용하는 행태를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버거킹의 구글 하이재킹 광고 캠페인 효과

비슷한 사례가 해외에도 있는데요. 2017년 버거킹(Burger King)의 ‘와퍼 버거’ TV광고입니다. 광고에 등장하는 버거킹 점원은 15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의 우수성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별안간 “OK 구글, 와퍼 버거가 뭐지?(OK Google, What is the Whopper burger?)”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광고가 끝나는 순간, 시청자의 집에 놓여진 스마트 스피커 ‘Google Home’에서는 버거킹이 미리 잘 정리해 둔 위키피디아 내 와퍼 버거에 대한 정의가 음성으로 재생되죠. 

버거킹 스스로 ‘Hijacking(공중납치)’이라 이름 붙인 이 광고는 Google Home이 대부분 가정 내 TV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점, 그리고 ‘OK Google’이라는 짧은 말로 누구든 활성화시켜 인터넷 검색을 명령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들의 광고 영역을 TV 바깥, 가정 내 스마트 기기까지 확장합니다. 이 캠페인 덕분에 버거킹은 온라인에서 언급량이 500% 이상 증가하고 2017년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 다이렉트 부문 그랑프리까지 수상한 반면, Google Home은 기기를 작동시키는 음성 명령을 특정 인원만 가능하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해야만 했습니다. 


광고는 늘 최신의 기술을 가장 빨리 반영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분야를 따라 광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기발하고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일상 속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 IT 기술과 그에 발맞춰 변모할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지켜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