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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니어를 위한 추천 도서 알고리즘은 왜 실패하는가?

2026년 01월 07일

모두에게 통하는 추천은 존재하지 않는다

AI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너무도 자연스럽다. 온라인 서점, 전자책 플랫폼, 콘텐츠 서비스 어디에서나 “당신을 위한 추천”이 먼저 제시된다. 그러나 이 익숙한 기술은 시니어 독자 앞에서 종종 멈칫한다. 추천 정확도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전제 자체에 있다. 시니어에게 독서란 ‘취향 소비’가 아니라 ‘시간의 사용 방식’이며, ‘정보 탐색’이 아니라 ‘삶의 회고와 연결’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니즈: 시니어 독서의 목적은 다르다

일반적인 추천 알고리즘은 클릭, 구매, 평점, 체류 시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이 데이터는 “다음에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러나 시니어 독자의 독서는 속도보다 밀도, 신작보다 의미, 트렌드보다 맥락을 중시한다. 다시 읽는 책, 이미 알고 있는 저자, 과거의 경험과 맞닿은 주제가 중요하다. 즉, ‘발견’보다 ‘확인’에 가깝다. 알고리즘이 설계된 목표와 시니어 독서의 목적이 어긋난다.

 

실패 지점 1: 데이터는 많지만 맥락이 없다

시니어 독자의 독서 이력은 데이터로 포착되기 어렵다. 오프라인 독서 비중이 높고, 구매와 실제 독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이 책을 읽는가”인데, 알고리즘은 ‘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은퇴 이후 읽는 경제서와 젊은 시절 읽던 경제서는 같은 장르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알고리즘은 장르를 보지만, 시니어는 삶의 국면을 본다.

 

실패 지점 2: 추천은 선택을 줄이지만, 시니어는 선택을 음미한다

추천 시스템은 선택지를 빠르게 줄여준다. 이는 효율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는 장점이다. 그러나 시니어에게 독서는 ‘결정 과정’ 자체가 중요한 활동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 표지를 보고 목차를 넘기며 고민하는 과정이 독서의 일부다. 자동 추천은 이 시간을 삭제한다. 편리함은 제공하지만, 만족은 줄어든다.

 

실패 지점 3: 개인화가 아니라 ‘과거화’가 된다

시니어 추천 알고리즘은 종종 개인화가 아니라 과거화로 작동한다. “예전에 이런 책을 읽었으니 비슷한 책을 추천합니다.” 이는 안전하지만 지루하다. 시니어 독자는 새로운 것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것이 ‘자기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설명되길 원한다. 알고리즘은 유사성을 제시하지만, 연결성을 설명하지 않는다.

 

기술적 과제: 알고리즘이 아니라 인터페이스의 문제

이 문제를 단순히 알고리즘 고도화로 해결하려 하면 실패한다. 필요한 것은 추천 로직 이전의 질문이다. “지금 어떤 삶의 국면에 계신가요?”, “요즘 어떤 생각을 자주 하시나요?” 같은 질문은 클릭 데이터보다 훨씬 중요하다. 시니어에게 적합한 추천은 예측 모델이 아니라 ‘대화형 큐레이션’에 가깝다. 기술의 역할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회상을 돕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이롭게(Iropke)의 관점: 추천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설계하다

이롭게(Iropke)는 시니어 대상 서비스에서 추천 기능을 단독 기능으로 보지 않는다. 추천은 하나의 화면이 아니라 하나의 여정이다. 알고리즘이 앞서지 않고, 사용자의 서사와 기억이 먼저 놓인다. 데이터는 선택을 대신하지 않고, 선택을 천천히 돕는 역할을 한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이 좋아할 책”이 아니라 “당신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맺으며: 기술은 정확할 수 있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추천 도서 알고리즘이 시니어에게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너무 빠르고, 너무 단정적이기 때문이다. 시니어의 독서는 소비가 아니라 대화다. 기술이 이 대화의 속도를 늦추고, 질문을 정교하게 만들 때 비로소 추천은 의미를 갖는다. 기술의 진화는 언제나 속도를 높여왔지만, 시니어 경험 설계의 핵심은 오히려 속도를 낮추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