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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브랜드 전시 리뷰: 샤넬-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글쓴이 Michael() 2017년 08월 18일

약 한 달간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린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의 전시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Mademoiselle Privé Seoul)’이 지난 7월 19일 종료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현재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칼 라거펠트의 시선으로 여러 시그니처 아이템과 소장 작품을 통해 ‘샤넬’과 창업자 가브리엘 샤넬의 정체성을 선보였는데요. 비 내리는 주말 오전에도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들로 북적였던 샤넬의 전시 후기를 이곳에 공유합니다. 


코코 샤넬의 사적인 스튜디오

‘마드모아젤(Mademoiselle)’은 프랑스어로 미혼 여성을 의미하고, ‘프리베(Privé)는 ‘개인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전시 제목인 ‘마드모아젤 프리베’는 ‘샤넬’의 창업자인 가브리엘 샤넬이 1918년 문을 연 자신의 패션 하우스 2층의 스튜디오를 지칭하던 말로, 전시를 통해 샤넬 브랜드의 내밀한 작업물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줍니다. 실제 전시장 입구 계단에 다다르면 천장부터 이어져 전면에 펼쳐진 중국 화풍의 그림이 흔히 생각했던 ‘샤넬’과는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하죠. 

도빌의 첫 부띠크를 재현한 전시의 첫 섹션

전시의 시작은 프랑스 휴양지 도빌에 열었던 가브리엘 샤넬의 첫 부티끄를 재현한 섹션입니다. 스케치로 꾸며진 벽에는 가브리엘 샤넬이 디자인했던 옷이 걸려 있고, 다양한 모자들이 실물로 진열되어 있습니다. 흰색과 검정색이 주를 이루는 이 섹션에서는 깔끔하면서도 스타일을 우선시하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샤넬의 7가지 토템을 설명한 페이퍼 ‘Totems’라 명명된 다음 섹션에는 블랙, 레드, 진주, 밀, 행운의 숫자 등 샤넬 브랜드의 여러 상징과 아이콘을 모티브로 한 7가지 토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일견 난해하게 보이기도 하는 각각의 토템은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낱장의 페이퍼로 제공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도와주는데요. 특히 샤넬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트위드 재킷’을 그린 그래픽 작품과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꽃을 조각한 유리공예 작품 ‘까멜리아’ 등 친숙한 이미지가 눈에 띕니다. 


향수, 쥬얼리, 그리고 셀러브리티

루이 비통 전시보다 규모가 작은 샤넬의 전시는 브랜드의 역사 전체를 훑기 보다는 샤넬을 특별하게 만드는 시그니처들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릴린 먼로의 향수로 유명한 ‘샤넬 No.5’는 별도의 공간을 따로 마련해 그 안에 녹아 든 80여 가지 향을 설명하고, 관람객이 직접 그 향을 맡아볼 수 있도록 꾸몄는데요. 황동 질감의 파이프와 화학식을 이용한 영상 작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칼 라거펠트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 콜렉션샤넬 최초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비주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의 리에디션 콜렉션과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시즌 별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 고급 맞춤복) 콜렉션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전시장에 포인트 조명으로 제품의 화려함을 강조했는데요. 장인이 손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하는 오뜨 꾸뛰르 드레스의 경우 길게는 1,200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제작 기간을 각각 표시해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한 브랜드의 집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샤넬 전시에서 두드러진 것은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유명인(Celebrity)의 활용입니다. 섹션의 경계선에 걸린 커다란 장막에는 샤넬 의상을 입은 유명인들의 화보가 첩첩이 프린트되어 장관을 이루고, 전시장 말미에선 샤넬의 주얼리를 착용한 세계 각국 유명인의 사진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익살스러운 표정과 자유로운 포즈를 취한 뮤즈들의 모습 속에 전통을 존중하되 젊은 감각을 잊지 않는 브랜드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샤넬의 주얼리를 착용한 셀러브리티의 사진

디테일 속 기술의 활용 

아기자기한 디테일 역시 돋보입니다. 섹션을 이동하는 통로에 그 유명한 샤넬의 트위드 천을 커튼처럼 드리워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하거나, 그 위에 가봉하는 여인의 실루엣을 영사해 잠깐 이동하는 시간에도 보는 재미를 주죠.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 벽에는 패턴 스케치와 시침핀, 실 등을 장식해 재봉 테이블의 느낌을 살림으로써 진짜 ‘사적인’ 스튜디오를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샤넬의 패브릭에 영사된 코코 샤넬의 실루엣 증강현실로 확인 가능한 마드모아젤 프리베 스튜디어 도어

기술적으로도 여러 시도가 녹아 있는데요. 전시회의 모든 정보는 물론, 방문 전 필수인 사전 예약 서비스가 모두 App을 통해서만 제공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각 섹션의 설명과 칼 라거펠트의 연출 영상 등이 위치기반 서비스로 App에 나타나 쉽게 전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2층에 마련된 ‘Studio Door’ 섹션에서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1918년 파리, 마드모아젤 프리베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작업 중인 가브리엘 샤넬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루이 비통의 전시가 브랜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통사(通史)를 담았다면, 샤넬의 전시는 몇몇 대표적인 인물과 아이템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정수를 간추린 약사(略史)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한 시간 남짓의 관람만으로도 실용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샤넬의 정신과 지향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전시회는 끝났지만, 이 글이 샤넬이라는 브랜드와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