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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13살이 된 이롭게

글쓴이 Ashley Kim() 2022년 01월 19일

다가오는 2월 3일은 사업을 시작한지 13년이 되는 날이고, ‘이롭게’라는 이름으로 법인 전환을 한지 12년이 되는 날이다. 평소에는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난 일들을 되새김질할 여유가 별로 없지만, 가끔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모든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나는 최근 ‘이롭게가 요즘 너무 소식이 없어서 폐업한줄 알았다’라는 말을 3번 정도 들었다. 이 글은, 이롭게의 근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2022년의 창립기념일을 맞이해서 작성하는 일종의 ‘생존 신고서’이다. :D

  

이롭게는 창업 이후 초기 3년간은 ‘일할 기회를 얻기 위해’ 고전했지만, 그 이후에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나는 1-2년 전, 창립기념일에 즈음하여 직원들에게 대략 이런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도 못했는데, 올해도 특별한 행사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면서 생일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라고 썼다.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경기가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코로나팬데믹이 시작되었던 2019년 말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좋은 일들이 함께 찾아오듯, 불운도 혼자 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몇 개만 나열해 보자면-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장기화로 인한 인건비의 매몰, 문제가 되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를 제한하면서 생긴 기회 비용의 손실, 미리 수주하고 예정되었던 글로벌 프로젝트들 몇 개가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거나, 사무실 임대료를 몇 배 인상해 달라는 요구, 프로젝트로 관련하여 발생한 자금 경색, 그 외에도 경영과 관련된 많은 이슈와 개인적인 불운들. 몇 년에 걸쳐서 발생해도 버티기 힘들 일들이, 그렇게 한 번에 일어났다. 마치 ‘네가 이래도 버틸 수 있어?’라고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하나씩 해결해보자!’라고 생각했고, 어느 순간에는 ‘내 개인의 노력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다’라고 체념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내일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두렵다’라는 생각을 했다. 당면한 문제가 많았지만 하나씩 해결했다. 이롭게는 을지로를 떠나 2020년 7월에 성수동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회사는 다시 안정화되고 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흐른 후에는 많은 것이 희석된다. 그리스어 Παθήματα μαθήματα(파테마타 마테마타)는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라는 뜻이다. 또한 많은 격언에서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만 성장한다’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나도 그것을 겪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시간들을 겪으며,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1998년부터 IT 업계에서 일을 시작했고, 전문 경력을 바탕으로 창업을 했다. 하지만 경영은 이러한 전문 지식만으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업무에 대한 이해없이 경영 지식만으로 IT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백하건데, 나는 경영자로서 부족했고 때로 지나친 열정으로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 또 가끔은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했을 것이다. 그때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CEO의 창립기념 메시지라고 하면 흔히 ‘비전과 목표’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연례 행사처럼 누군가 1-2번 선언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CEO가 뭘 선언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회사의 목표에 공감하고 회사를 위해 굳은 결심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과거 세대의 논리이다.

누군가 내게 ‘그래서 이롭게의 올해 목표는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향후 20년 간의 계획은 있지만, 당장 올해 이루어야만 하는 목표는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를 포함하여 향후 최대 5년까지도 경기는 매우 좋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많은 회사들이 폐업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견딜 것이고, 이롭게는 고통의 시간을 겪으며 또 몇 개의 나이테를 얻을 것이다. 속도보다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로 13살이 되는 이롭게는, 급할 것이 없고 아직도 배우는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