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등록된 도메인 이름은?
우리는 웹사이트를 열 때마다 도메인을 입력한다. iropke.com, google.com, naver.com…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쓰는 이 ‘.com’ 도메인 주소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해본 적 있는가? 세상 최초로 등록된 도메인은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의외로 ‘symbolics.com’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인터넷 주소의 탄생 이야기와 symbolics.com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역사를 파헤쳐본다.
인터넷 주소가 필요해졌다
1980년대 초반, 인터넷은 연구기관과 군사기관 중심으로 운영되던 ARPANET의 연장선이었다. 초기의 네트워크는 숫자로 된 IP 주소만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192.0.2.1” 같은 식이었다.
하지만 네트워크가 커지자 숫자만으로 컴퓨터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생겼다. “숫자 대신 사람이 읽기 쉬운 이름을 붙일 수 없을까?” 이 질문이 DNS(Domain Name System)의 개발로 이어졌다.
DNS는 각 컴퓨터(서버)에 이름을 부여하고, 이 이름을 통해 사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인터넷 전화번호부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85년, 최초의 등록: symbolics.com
DNS 시스템은 1984년 공식적으로 도입되었고, 1985년 3월 15일, 세상 최초의 .com 도메인이 등록되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symbolics.com이었다.
이 도메인을 등록한 회사는 미국의 Symbolics, Inc., 리습 머신(Lisp Machine)을 만드는 컴퓨터 제조업체였다. 리습 머신은 인공지능 연구와 수학적 계산에 특화된 컴퓨터로, Symbolics는 80년대 당시 AI와 고급 컴퓨팅 분야의 선두주자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명을 그대로 웹 주소로 등록했다. “symbolics.com”은 역사상 최초의 등록된 상업용 도메인으로 기록되었다.
왜 Symbolics였을까?
Symbolics는 단순히 기술적 필요를 넘어, 온라인 상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위해 도메인을 등록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웹사이트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인터넷 브라우저도 등장하기 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symbolics.com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웹사이트 개념이 아니라, 주로 메일 서버 주소나 네트워크 연결용 이름에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그 이름은 이후 인터넷이 상업화되는 시점에 이르러 전설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symbolics.com의 그 이후
Symbolics, Inc.는 80년대 말부터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1990년대에 회사를 매각하며 도메인의 소유권도 함께 넘어갔다. 놀랍게도 symbolics.com은 여전히 온라인에 존재하며 접속 가능하다. 현재는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강조하는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
2010년에 도메인 투자자로 알려진 XF.com Investments가 symbolics.com을 구매했다. 그들은 이 도메인을 “세계 최초의 .com”이라는 타이틀을 디지털 컬렉션처럼 보존하고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후 초기에 등록된 도메인들 대부분은 컴퓨터, 방위산업, 연구기관 등 기술과 산업의 중심 기업들이었다. 인터넷의 초창기 도메인들은 상업적 마케팅보다 연구와 기술적 필요성에 의해 등록된 경우가 많았다.
오늘날 우리는 도메인을 브랜드의 주소, 기업의 얼굴로 여긴다. 하지만 그 시작은 단순히 컴퓨터를 구분하기 위한 이름표였다. symbolics.com은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의 첫 번째 표식이자, “주소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한 최초의 시도였다.
인터넷 도메인은 그 이후 수억 개로 늘어났고, .com 도메인은 글로벌 표준이자 브랜드의 상징이 되었다. 그 출발점에 symbolics.com이 있었다는 사실은, 기술의 역사가 늘 “이름 붙이기”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